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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21. 2020

엄마 게으름 좀 피워도 될까?

제대로 게을러지기

‘게으르다’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는 엄마들도 있을 텐데 단어 뜻과 동일한 의미의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밝히고 싶어요.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강박이 많기 때문에 그보다는 조금 게을러져도 된다는 거예요. 대신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과 규칙은 알려줘야죠. 그 원칙과 규칙을 지키는 선에서 여유를 가지길 바랍니다.
- 김의숙 작가


오전 6시 40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더우나 추우나 아이가 눈 뜨는 시간입니다.

물론 가끔은 그 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때도 있고, 가끔은 그 보다 좀 더 늦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배꼽시계만큼 정확한 기상 시계가 아이로부터 울립니다.


주중에는 어차피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 있어야 하는 시간이라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늦잠을 자는 날은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과 맞물려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출근 시간이 늦어지기도 하죠.


문제는 주말입니다.


저는 늦잠을 자야 살 수 있는 종족입니다. 결혼 전에는 주말에 아침밥을 먹으라고 깨우는 엄마에게 밥은 안 먹어도 되니 제발 깨우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며 먹고 다시 자라는 부모님과 매주 토요일 아침에 실랑이를 했었죠.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신혼 초부터 토요일 오전만큼은 늘어지게 자야 하니 그 시간 만은 보장해 달라고 못을 박았고요.


그런데 아이는 저를 봐주지 않습니다.


"엄마 너무 졸려.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네, 엄마 좀 더 쉬세요. 저는 혼자 놀고 있을게요."


이런 대화가 오가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침대 벽을 붙잡고 일어서서 잠에서 덜 깬 엄마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씩 웃습니다.


아. 그 모습에 제 온몸에 붙어있던 게으름은 다 녹아 없어지... 면 좋겠지만 피곤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낮잠 자는 시간도 부쩍 줄어서 아이가 자는 사이에 이것저것 집안일을 마치고, 밥 숟가락을 들려고 하면 아이는 일어나서 엄마를 부릅니다. 제 계획은 이것저것 집안일을 마치고, 밥을 대충 먹고 소파에 누워 좀 뒹굴 거리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아이는 제가 게으를 틈을 주지 않네요.


꼭 필요한 엄마의 게으름


원래 게으르고, 게으름을 지지하는 입장인 제가 '엄마의 게으름'이 꼭 필요한 이유를 좀 찾아보았습니다.


요즘엔 많은 엄마들이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해주기 위해 과도하게 부지런한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각종 육아서를 섭렵하며,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통해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법에 대해 완벽히 알고 아이를 키웁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들은 책과 전문가들로부터 얻은 육아 지식의 틀 안에 아이를 끼워 넣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아이도 동시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그냥 가만히 뒀을 때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한다고 하네요.


엄마에게도 적당한 게으름이 필요하며 그 게으름은 엄마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해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영향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손과 발이 바쁘게 아이를 챙기던 그 공간을 조금만 비워둔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주체의식과 자립심 또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게으름과 엄마의 유익한 게으름과는 게으름의 결이 다르다는 것, 잘 압니다.

정작 부지런해야 할 부분에서는 게으르고, 게을러도 되는 부분에서는 부지런하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제대로 게을러지기 위해 애써야겠죠.


오늘은 토요일, 여러 가지 일을 보느라 하루 종일 아이와 밖에서 돌아다녔습니다. 매일 집에만 있던 아이가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아서인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밤잠에 들었네요. 덕분에 좀 게을러질까 했더니 글쓰기가 제 게으름의 발목을 붙잡아버립니다.


글쓰기도 이 정도쯤이면 되겠죠?


이제 진짜 게으름 피우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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