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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25. 2020

지금까지 먹은 분유값을 계산해보니

맥북 하나 가격?

모유수유는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보람이 있다. 모유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엄마의 몸은 그날그날 아기의 필요에 따라 모유의 양 외에도 호르몬, 면역 인자,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는 당분 등을 조절한다. 연구자들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효과도 많을 것이다. (중략) 모유 수유 기간이 한 달씩 길어질 때마다 아이의 IQ가 3분의 1점씩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었다.
- <최강의 육아>, 트레이시 커크로


1,467,480원


아이는 지금 304일, 43주 차를 살고 있습니다.

문득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은 분유의 양과 분유값으로 들어간 비용이 궁금해졌습니다.


계산해 본 결과 현재 800g짜리 분유를 40통째 먹고 있고, 비용은 1,467,480원이 들었네요. 사놓고 아직 먹지 않은 2통을 포함한 가격입니다. 꽤 많이 먹었고,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네요.




모유수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이는 120일 정도까지 모유와 분유를 혼합해서 먹었습니다. 모유를 최대한 먹이고 싶었으나 아이가 양껏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늘 먼저 젖을 물리고 부족한 양을 분유로 보충했습니다. 아이는 젖을 빨면서도 본인의 허기를 채우지 못해 짜증을 내며 울곤 했죠. 모유를 먹이고, 분유를 또 먹이니 먹는 시간은 꽤나 길어졌습니다. 신생아 때에는 3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하는데 모유와 분유를 같이 먹이니 수유 시간이 길어져서 수유 텀이 더 짧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냥 분유를 먹여도 되지만, 모유는 아기가 먹을수록 더 많이 나온다고 하길래 최대한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밥때가 되면 일단 모유를 먹이고 분유를 먹였죠. 젖 먹던 힘을 다해 젖을 물렸는데 출산 후 100일이 지나가니 더 이상 먹일 수 없을 만큼 양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단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유수유를 하며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가슴도 아프고, 유축하는 과정도 괴로웠습니다. 아이가 얼마나 먹은 건지 양이 가늠이 되지 않아 수유량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음식도 가려서 먹어야 했고요. 게다가 분유까지 같이 먹이니 에너지가 두배로 소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모유를 먹일 수 없게 되었을 때 너무 아쉽고,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아이에게 모유를 더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죠.


왜 그렇게 모유를 먹이고 싶었을까요?


분유값을 계산해보니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 그 돈으로 책이나 다른 장난감을 사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에 모유를 먹이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모유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좋은 효과들이 있고, 모유를 먹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어휘력과 지능이 더 높다는 하버드대 연구 결과도 있지만, 요즘엔 양질의 분유도 시판되고 있고 무엇보다 분유를 먹으면서도 아이는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쑥쑥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죠.


최근에는 수유 방식도 엄마의 선택이며, 조리원에서도 무리하게 모유수유를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성애가 없는 엄마, 이기적인 엄마라는 편견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분유수유가 마냥 편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밤 중에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물 온도를 맞춰서 분유를 타야하고, 하루에도 몇개씩 나오는 젖병을 닦고 소독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며, 외출할 때에도 한 짐 싸들고 나가야 합니다.


모유를  먹이고 싶었던  마음을 더듬어봅니다.


아이를 낳고 병원 수유실에서 처음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엄마도 처음이고 아이도 처음이라 젖을 먹이고 먹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수유 가이드를 주시는 간호사님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아이가 젖을 빨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2.8kg의 작은 아이가 젖 먹던 힘을 다해 젖을 빠는 모습은 정말 감격스러웠죠.


품에 안겨서 젖을 먹는 아이의 모습은 제가 가진 어휘력으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


다른 이유들을 차치하고, 제가 모유수유를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유식을 먹으며 분유 먹는 양을 서서히 줄여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혼자 젖병을 들고 누워서 분유를 먹을 수 있지만, 최대한 안고 분유를 먹이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엄마 아빠의 품을 더 오래 느끼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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