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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28. 2020

잠 자기 싫은 그 마음 이해해

엄마도 잠 자기 싫을 때가 있거든


어떤 욕망을 이길 수 있는 건 공포가 아니고 그보다 더 강렬한 다른 욕망이었다.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해대고, 눈을 비비는데 잠은 안 잡니다.

안아서 재워볼까 싶어서 아이를 안아 올리지만, 몸을 비틀고 내려달라고 투정을 부립니다.

불 꺼진 방에서 아이의 반짝 빛나는 눈을 마주칠 때면 가끔은 깜짝 놀랍니다.

평소보다 늦게 잠이 들면 늦게 일어난 법도 한데 알람을 맞춰놓은 듯 일정한 시간에 깹니다. 

최근에는 낮잠 자는 시간도 부쩍 줄어들었죠. 


졸리면 그냥 자면 되는데, 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하나도 없는데 아이는 자는 게 싫은가 봅니다.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둬. 나중에는 자고 싶어도 마음껏 잘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어"

기회가 허락된다면,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 가서 더 이상 허리가 아파서 누워있지 못할 때까지 잠을 자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 아직 말도 잘 못 알아듣는 아이한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OO에게.
매일 아침 너와 헤어지는 게 난 너무 힘이 들어.
늘 너와 함께 있고 싶지만, 내가 하루를 열심히 살고서 널 만나면 더 반갑기에 오늘도 쿨하게 네 품을 박차고 나왔구나.
매일 밤 나를 따뜻하게 안아줘서 고마워.
네 품에 안겨 잠이 들 때면 난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고 감사해.
벌써부터 보고 싶은 OO야.
나 회사 갔다 올게. 이따 밤에 만나자.
하루 종일 그리울 거야.
#침대


무려 8년 전에 SNS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자는 게 너무 좋은 1인입니다.


어른들이 자라고 자라고 하고, 잘 자고 일어나면 칭찬해주고, 잠이 들면 깰까봐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으며 잠을 잘 잘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받는 아이가 부럽습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잠자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잠자는 게 싫을 때도 있습니다. 


주로 금요일 밤부터 시작되는 주말 밤이 그렇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주말을 시작하는 밤이라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그냥 잠에 들기가 싫죠. 맛있는 야식을 먹으며 따뜻한 이불을 덮고 넷플릭스나 TV를 봅니다. 일주일 간의 피로가 쌓여서 너무 피곤하고 졸리지만 무거워져 가는 눈꺼풀을 애써서 들어 올립니다. 


토요일 밤은 내일도 쉬는 날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주말도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그냥 잘 수가 없죠. 뭐 재밌는 게 없을까 두리번댑니다. 넷플릭스를 보든, 책을 보든, 그냥 누워서 뒹굴대든 그냥 깨어있고 싶죠. 


일요일 밤은 잠이 들어버리면 내일이 월요일이라 잠 자기가 싫습니다.


잠자고 싶은 욕망을 이길 수 있는 건 이 밤의 끝을 붙잡고 싶은 더 큰 욕망인가 봅니다.




아이가 잠을 자기 싫어하는 이유도 비슷하겠죠? 


"아가야. 괜찮아. 아가는 자고 일어나서도 또 잘 수 있고, 내일도 모레도, 다음 주도, 다음 달도 마음껏 놀 수 있단다. 그러니 좋은 컨디션으로 먹고, 놀고, 잘 수 있도록 푹 자렴."


마음껏 잘 수 있는데 안 자는 아이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너무 부럽다는 말을 친정엄마한테 했더니 저한테 딱 한 마디 하시더군요.

"너도 다 그렇게 컸어."


아무튼, 오늘도 이 밤의 끝을 잡습니다. 


출처 : 유튜브 DJ티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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