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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27. 2020

안 쓰느니만 못한 글

은 없다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밤 11시 59분까지 인증을 완료해야 하죠.


퇴근 후 아이 돌보고 재우고 뒤처리 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이르면 10시 반, 늦으면 11시에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켜죠.


불행하게도 저는 무슨 일을 하든 시작하기 전에 '미적거림'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어림없이 뭉그적거리죠. 정작 글을 쓰기 시작하는 시간은 11시 30분입니다.


글감을 준비해두고, 글을 쓸 내용도 구상해 두었지만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글 한편을 써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어떻게든 써낸 글은 성에 차지 않습니다. 생각해 둔 글감으로 글을 다 만들어내지 못해서 다른 글감들을 급조해옵니다. 임기응변 능력만 강해지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책을 잘 읽지도 못해서 글쓰기가 더 어렵네요. 읽기와 쓰기는 비례한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도 괜찮은 걸까
안 쓰느니만 못한 건 아닐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면 미적거리는 시간을 줄인다든지,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에 시간을 확보한다든지,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글을 쓴다든지 대안이 필요합니다.


미적거리는 시간

달콤한 아침잠

직장생활의 활력소인 점심시간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힘이 드네요.

그리고 이렇게 꾸역꾸역, 늘 고만고만한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말들로 동기부여를 해봅니다.



그래도 써야 한다
그래도 써야 한다. 중단 없는 글쓰기로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고비이다. 유치한 모방도 좋고 진부한 표현도 좋다. 한 권 쓰는 게 열 권 읽는 것보다 백배 낫기 때문이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윤태영

저는 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일하며 얻은 인사이트도 글로 남겨두고 싶고, 아이를 키우며 배우고 느끼는 것들 또한 글이라는 도구로 표현하고 싶거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써야 한다고 하네요. 유치한 모방도 좋고, 진부한 표현도 좋으니 말입니다.



하루에 한 문단을 쓴다는 생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없어도 좋다. 단순히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글을 만드는 것이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그 현장을 최대한 비슷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에 한 문단을 쓴다는 생각으로 축적해 나가자. 그것을 모아 두면 엄청난 자료가 된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윤태영

 글을 통해 굳이 엄청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내가 경험했던 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라고 합니다. 많이도 필요 없어요. 하루에 한 문단을 쓰고자 하며, 그 문단들을 쌓아두는 거죠. 축적한 문단들이 훗날 의미 있는 글로 살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로 살고 싶다면
모두가 비슷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데 누구는 작가가 되고 누구는 독자가 됩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김하나

분명합니다. 저는 살가운 독자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꾸준한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요.



잘 쓰려고 하지 말자
가장 매력적인 글은 솔직한 글이다. 글을 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실제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보이기 위해 ‘포장'하는 것이다 글이란 왠지 격식을 갖춰 그럴듯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 포장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런데 나를 내려놓을수록, 부족한 나를 드러낼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글이 된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다.
<문장수집생활>, 이유미

멋진 글을 쓰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솔직하게만 쓰고자 해야겠습니다. 나를 내려놓을수록, 부족한 나를 드러낼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글이 된다고 하니까요. 잘 쓰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다면 글 쓰기 전에 미적거리는 시간을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천재성'과 '낭만'의 영역이라고 느껴지던 글쓰기가, 실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매일의 꾸준함에 빚지고 있다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로가 되더군요. 저런 하늘의 별들도 저렇게 글을 쓰는데, 나같이 평범한 이가 글을 쓰면서 고통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게다가 저도 정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어느 날은 미친 듯이 글이, 카피가 써집니다. 그러나 어떤 날은 '꾸역꾸역'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이든, 모든 문장은, 모든 핑계를 물리치고 책상에 앉아 연필을 쥐는 규칙적이고도 꾸준한 시간에서 시작되더군요.
<평소의 발견>, 유병욱

위의 문장은 제가 평소에 굉장히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처럼 그렇게 멋있고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작가들도 늘 좋은 문장을 써내라는 법도 없으며, 저처럼 재능 없고 평범한 사람들도 늘 그저 그런 글을 써내라는 법 또한 없습니다. 요즘 정말 '꾸역꾸역'글을 쓰고 있는데 모든 문장은 모든 핑계를 물리치고 책상에 앉는 규칙적이고도 꾸준한 시간에서 시작된다고 하네요. 이 문장 앞에 서서 '피곤하다', '일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육아로 분주하다'는 핑계를 걷어내 봅니다.



기꺼이 괴로워하기
써야 할 이야기와 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쓸 수 있는 끈기에 희망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 칼럼 '재능과 반복' 이슬아

존경하는 이슬아 작가의 문장으로 꾸역꾸역 써 내려가는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끝없는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의 반복, 이 괴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꾸역꾸역 계속 써보겠습니다.

안 쓰느니만 못한 글은 없다고 여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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