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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22. 2020

글 쓴다고 하면 왜 멋있다고 할까?

글 쓰는 사람이 멋있는 이유 5가지

오늘은 백일 글쓰기 30일째 되는 날입니다.


독서모임 성장판 '백'일 글쓰기로 내 삶을 '업'그레이드 하는 '백업 글쓰기'모임에서 22명의 동료들이 함께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글 한 편을 쓰고 밤 11시 59분까지 인증을 하면서 종잇장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의지를 붙잡고 있죠.


물론 지난 30일 중 하루는 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글을 못썼지만 제 인생에서 이렇게 긴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 썼던 일기도 매일 쓰지 못하고 '몰아 쓰기'하면서 임기응변 능력과 지난 날씨를 기억해내는 기억력 증진 훈련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와, 멋지다!!


보통 글을 쓴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입니다. 작가도 아니고,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내용을 적어내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글을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멋지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글 쓰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왜 멋있다고 하는 걸까요?


1. 그냥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어떤 일에 대한 긍정적이면서 가장 무난한 표현으로 쓸 수 있는 단어는 '멋있다'가 아닐까 합니다. 글을 쓴다고 하니 뭔가 있어 보이는데 딱히 글에 대한 피드백이나 감상을 주기엔 애매하고, 뭔가 반응은 해야겠고 싶을 때 많은 사람들은 '와, 멋지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2. 작가라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요? 작가는 일단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입니다. 남들이 쉽게 해낼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부류의 사람이죠. 게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 한 구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노트북을 열어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멋집니다. 사실 글쓰기는 그리 우아하고 낭만적인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3.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은 글을 모아두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습니다. 블로그나 SNS 계정 등이 가장 대표적이겠죠. 내 힘으로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세상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들여다보면 쌓여가는 글들 너머로 글 쓰는 사람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4. 꾸준하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쓸 때는 한 주에 최소 3-4시간은 글을 쓰는데 시간을 투자했고,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는 매일 늦어도 11시부터는 모니터 앞에 앉아 왼쪽 손가락과 오른쪽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모음과 자음을 눌러서 글자를 조합하고 흰 백지에 글을 지어냅니다.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하루 1시간 정도는 글을 쓰는 일에 오롯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죠. 

글 쓰는 사람은 글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없는 '글 쓰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쉬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일 하는 시간 등과 바꾸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한 사람을 멋지게 만드는 일입니다.

'천재성'과 '낭만'의 영역이라고 느껴지던 글쓰기가, 실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매일의 꾸준함에 빚지고 있다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로가 되더군요. 저런 하늘의 별들도 저렇게 글을 쓰는데, 나같이 평범한 이가 글을 쓰면서 고통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게다가 저도 정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어느 날은 미친 듯이 글이, 카피가 써집니다. 그러나 어떤 날은 '꾸역꾸역'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이든, 모든 문장은, 모든 핑계를 물리치고 책상에 앉아 연필을 쥐는 규칙적이고도 꾸준한 시간에서 시작되더군요.
- <평소의 발견>, 유병욱


5. 모든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사실

글 쓰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내가 하고 있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멋있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하지 못하는 말들을 용기 있게 해내는 사람

생각 속에는 있지만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일은 쉽지 않은데 그걸 글이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해내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순간과 일상을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해내는 사람

마감에 맞추어 죽을 쑤든, 쥐어 짜든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글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멋지죠?

모두가 비슷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는데 누구는 작가가 되고 누구는 독자가 됩니다.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김하나




"나는 멋진 사람이다." 스스로 동기 부여하며 오늘도 이렇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편의 글을 완성시켜냅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시간에 쫓겨 죽과 같은 글이 된 것 같지만 말입니다.


나는 모두가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 당신의 일상은 이미 몸에 깊게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고, 누가 읽어주겠느냐고 그것을 옮겨 적지 않지만, 그건 이 세계에서 당신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무엇이다.
-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 김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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