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를 줄이는 5가지 노하우
왜 내 눈 앞에 나타나
왜 네가 자꾸 나타나
2011년 가수 김범수씨가 부른 '나타나'의 가사다.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로 유명한 이 곡은 자꾸 눈 앞에 나타나고, 눈을 감고 누워도 얼굴이 떠오르는 설레는 사랑의 시그널을 표현한 노래다.
그런데 나에겐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보이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 내 눈 앞에 나타나서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바로, '오타'라는 녀석이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의 8할이 제안서, 기획안, 보고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등 크고 작은 문서 작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오타라는 녀석은 늘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게다가 오타가 눈에 가장 잘 띄는 순간은 1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제안서의 인쇄를 마쳤을 때, 상사가 보고서를 검토할 때,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의 전송 버튼을 눌렀을 때다. 아무리 찾고 찾아도 또 나타나는 오타 때문에 당황스러운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컴퓨터나 휴대폰이 보급화되지 않았을 때, 즉 팔에 토시를 끼고 한 자 한 자 손으로 문서 작성을 할 때에는(너무 옛날 얘기인가...) 맞춤법은 틀렸을지언정 오타라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자판을 더 많이 두드리게 되면서 생겨나는 오타들로 인해 웃기도 하고, 때론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큰 자금이 오가는 주식 시장에서는 작은 오타 하나가 큰 손실을 입힌다. '팻 핑거(Fat Finger)'는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으로 인해 오타를 입력한다는 용어로, 주식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주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자판을 잘못 누르는 실수를 뜻한다. 실제로 2010년 미국의 한 투자은행 직원이 거래 단위로 m(million) 대신 b(billion) 버튼을 잘못 눌러서 불과 15분 만에 다우지수가 998.5포인트(9.2%) 폭락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의 사례처럼 대세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타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인해 등골이 서늘해지고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경우들도 생긴다. 또한, 문서에서 발견되는 오타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엔 문제가 없더라도 문서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기본이고, 문서의 전문성과 신뢰도에 의심을 품게 되며, 무성의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 나타나는 오타
다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 또 보이는 오타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상사 눈에는 너무 잘 보이는 오타
어쩌면, 아무 사람의 눈에도 띄지 않아 문서 속에서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을 오타
얄밉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때론 전 세계를 들썩이게도 할 만큼 위협적일 수 있는 오타
오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복붙이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나도 참 좋아하는) Ctrl+C 그리고 Ctrl+V다. 내가 원하는 정보와 자료를 발견하고 그것을 복사해서 붙여 넣을 때의 쾌감이란!!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을 도용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라 지양해야 하지만, 내가 예전에 써놓았던 글, 작성해놓았던 문서, 찾아놓은 정보들을 필요할 때 찾아 적절히 편집하는 것은 문서 작성에 효율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효율적인 복붙은 오타를 부른다. 아무리 좋은 자료라도 작성하고 있는 문서의 목적과 내용, 성격에 맞게 편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붙여 넣기 한 자료에서 내용을 덜어내고, 첨가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글자가 하나 빠지게 되거나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또한, 다른 자료에서 사용했던 업체명이나 프로젝트명을 수정하지 못하는 실수도 하게 된다. 이는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
단순히 오타를 줄이기 위해서 뿐 아니라, 문서나 글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복붙'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서 성의 있게 쓴 글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고수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오타를 줄이는 데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오타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니터와 키보드를 가려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오타는 머리와 손이 따로 움직일 때 발생한다. 머리와 손이 따로 놀았다면, 눈이라도 오타를 찾아내야 한다. 손이 하는 실수를 '입력의 오류'라 하고, 눈이 찾아내는 능력을 '탐지력'이라고 내 맘대로 하겠다.
먼저, 입력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손에 맞는 키보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중에는 다채로운 디자인,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키보드들이 많이 나와있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다양한 기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키보드는 아닐 것이다. 내 손의 크기와 타이핑 스타일에 맞는 키보드를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또한, 탐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큰 모니터가 필요하다. 큰 모니터는 한 번에 보이는 내용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씨 크기도 원하는 사이즈로 확대해서 볼 수 있다. 듀얼 모니터를 활용하는 것도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너무 큰 사이즈의 모니터는 글의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무실에서 문서작성용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모니터 사이즈는 20-24인치 정도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오타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MS 오피스, 한글, 키노트 등 문서 도구에는 기본적으로 맞춤법 오류를 찾아주는 기능이 있다. 보통 빨간 밑줄로 표시된다. 1차적으로는 빨간 밑줄을 주목해서 오류 사항을 수정하고, 다음 단계는 문서도구의 맞춤법 검사기능을 돌리면 2차적으로 오타를 거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웬만한 오타는 거를 수 있으나, 100% 오타 교정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맞춤법 검사 기능은 문서 도구뿐 아니라, 글쓰기 용도로 많이 활용하는 포털 블로그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내가 주로 실수하는 오타 패턴을 사전에 익혀서 '찾아 바꾸기'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찾아 바꾸기 기능은 오타뿐 아니라, 내가 잘못 알고 사용한 맞춤법 오류 단어를 일괄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나만의 오타 패턴을 파악하여 메모해둔 후 주의를 기울여 문서 작성을 하고, 교정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볼 때는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던 오타를 상사가 휙 지나가면서 지적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이미 내용과 형식에 길들여져서 오타를 찾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미 익숙해진 오타는 10번 검토해도 10번 다 지나치곤 한다.
오타를 검토할 때에는 "낯설게 보기"가 필요하다. 내가 작성한 문서를 가장 낯설게 보는 방법은 문서를 낯설게 볼 수 있는 사람에게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다. 내 선에서 어느 정도 퇴고를 끝낸 문서를 옆사람에게 넘겨보자. 숨어있던 오타가 새롭게 떠오를 것이다.
만약, 타인에게 검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시간차를 두어 문서를 다시 보는 것도 낯설게 볼 수 있는 방법이며, 모니터로 보던 글을 인쇄해서 보는 것도 낯설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손으로 쓰기만 했던 것을 입으로 말해본다면 한번 더 낯설게 보기를 할 수 있다.
의미 중심으로 보게 된다면 대세에 지장이 없는 사소한 오타는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단어를 패턴으로 인식하여 맥락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잘 알려져 있는 아래의 문장은 언뜻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 글자씩 찬찬히 읽어보면 글자의 순서는 뒤죽박죽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퇴고 시 맥락 중심으로 읽기보다 글자를 하나하나 뜯어서 검토한다면 눈에 쉽게 띄지 않던 오타를 발견하여 수정하기에 더욱 용이할 것이다.
오타를 줄이는 5가지 방법을 나열했지만, 솔직히 크게 별다를 것이 없다.
오타를 줄이는 것에는 왕도가 없다.
문서를 작성하거나 글을 쓸 때 급하게 쓰지 말고, 차근차근 집중해서 오타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오타를 줄이는 가장 큰 노하우다.
제안서, 기획안, 보고서 등 내가 쓰는 모든 글의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을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