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싱어게인>에서 더욱 이슈가 되는 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30호 가수인데요, (팬입니다) 그가 처음 등장할 때 자신을 소개하기를 '나는 배 아픈 가수'라고 말했습니다. 음악에 재능 있는 사람을 보면 배가 아파서 오디션 프로그램도 잘 안 본다고 하네요.
저는 책을 읽으면 가끔 배가 아픕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와.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했지?'
'어머나, 글을 쓴 사람도 너무 매력적이야.'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작가들이 99% 이지만 주제넘게도 그들이 쓴 문장을 읽을 때면, 그리고 문장 너머에서 글을 쓴 사람을 느끼게 되는 순간 감탄과 동시에 배가 살살 아파옵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문장을 뽑아내고 싶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모습'이 결코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더욱 배가 아픕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픈 배를 움켜쥔 채, 몇번이고 고개가 끄덕여지고 탄성이 나오는 문장을 어디엔가 적어놓는 것뿐입니다. 아픈 배를 어루만지며 글쓴이의 흔적들을 찾아다니기도 하지요. 그리고 어설프게나마 따라 해 봅니다.
아이고야, 배는 아프지만 배가 아플 때마다 참 반갑고 고맙고 행복하기도 해요.
싱어게인의 30호 가수는 오히려 다른 사람이 보면 배가 아플 정도로 매력이 넘치고 음악적 재능도 있더군요. 실제로 유희열 님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나도 글을 쓰는 데에 그런 재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런 재능은 없어 보입니다.
늘 저를 배 아프게 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가 쓴 글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배가 아프죠. 배가 안 아팠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슬아 작가인데요,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꾸준함 없는 재능은 힘이 없고, 재능 없는 꾸준함이 오히려 막강하다고 여기며 더 이상 재능은 생각하지 않겠다"
그의 말을 빌자면, 잘 쓰는 사람도 매번 잘 쓰는 것은 아니고, 잘 못 쓰는 사람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써보겠다고 꾸역꾸역 자판을 두드립니다. 100일 글쓰기의 디데이도 이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게 되었지만, 글을 쓰는 건 여전히 힘이 듭니다. 역시나 글쓰기에 영 재능이 없어 보이네요. 그러니 재능에 무심해질 수밖에요.
아래의 문구를 읽고 나는 또 배가 아파졌습니다. 같은 생각인데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배는 아프지만 역시나 반갑고 고맙고 행복한 마음으로 문장을 또 받아적습니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 경향신문 칼럼 <재능과 반복>, 이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