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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Jul 08. 2018

낭만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낭만적인 직장생활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김사부 : 나는 사람 살려보겠다고 이 짓거리 하는 거야.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마지노선이니까
도윤완 : 너무 비현실적인 말 아니야?
김사부 : 그것을 전문용어로 개 멋 부린다 그러지. 아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낭만 빼면 시체지. 또 내가."

2017년 초에 종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 발악하는 도윤완 원장과 그에게 일침을 가하는 김사부의 대화이다.


극 중에서 김사부는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권력이나 부귀영화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데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 '진짜 의사'다. 그는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유익이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  


김사부 표현으로 '개 멋있는' 낭만닥터 김사부(한석규분) (출처 : 연합뉴스)


낭만의 사전적 의미 :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러한 분위기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우리는 흔히 '낭만', '낭만적'을 이야기 할 때 남녀 간의 사랑, 멋진 프로포즈, 전망 좋은 곳에서 바라보는 야경, 흩날리는 꽃잎,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왠지 모를 글루미함,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혹은 칠흙같이 어두운 밤 하늘에 떠있는 초승달) 등을 떠올리게 된다. 언뜻봐도 이상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단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낭만은 다르다.

낭만은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낭만의 겉과 속


드라마에서 왜 김사부에게 '낭만닥터'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시골의 작은 병원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과 함께 응급 환자들을 수술하며 보내는 그의 삶은 언뜻봐도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삶은 늘 바쁘고, 때론 애절하다. 그러나, 그가 진정 낭만닥터라고 불리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추구하고 있는 이상이 뜬구름이 아닌 '근거 있는, 목적이 분명한' 열정이기 때문이다.


김사부의 낭만은 ‘신념’으로도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김사부는 의사로서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때론 손해를 보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의사로서 남다른 실력을 갖기 위해 남다르게 노력한다.

이것은 그 만의 낭만이자, 낭만을 위해 그가 견뎌야 했던 무게였다.


일하는 방법만 알고, 일하는 의미를 모른다면 의사로서 그게 무슨 가치가 있겠냐.
- 낭만닥터 김사부 7회


자신이 정말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굳이 안해도 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외면해도 될 것들에 관여하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손실과 아픔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이것이 낭만의 참 모습이 아닐까 한다.


낭만의 사전적 의미인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그 겉모습 만으로는 결코 낭만을 설명할 수 없다. 낭만의 속은 이처럼 용기있는 선택과 치열한 싸움이 동반된다.


낭만의 겉은 이상적이고 감성적이지만, 낭만의 속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낭만의 겉은 아름답지만, 낭만의 속은 앓음답다.

낭만의 겉은 분위기이지만, 낭만의 속은 실체이다.


낭만은 찾아나서야 하며,
지켜내야 한다.


낭만의 한자어는 '浪(물결 낭), 漫(흩어질 만)'으로 '물결이 흩어진다'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낭만의 한자어는 '로망'을 일본음으로 적은 한자어에서 유래된 것이라 낭만의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낭만은 흩어지는 물결처럼 애써 찾고, 애써 지키지 않으면 흩어져서 사라져버리는 존재다.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서 낭만은 결코 없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낭만파 화가 들라크루아作 - 자유를 동경하는 낭만주의자의 이상이 반영된 작품으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혁명의 행진을 계속한다.




나는 브런치에서 '낭만직딩'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낭만적인 직장생활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버거운 이 시대에 낭만은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 수 있다. 특히, 매일이 다이나믹한 직장생활에서는 낭만 따윈 개나줘버리는 것이 어쩌면 인생을 더 쉽게 사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저 매달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에 이 마저도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만족하며 적당히 일하고, 낭만은 다른 곳에서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직딩으로서 낭만의 무게를 기꺼이 지고, 그 낭만을 즐기며 살아보고 싶다.


과도한 업무에 찌들고, 밥벌이에 얽매여 마지못해 매일 아침 몸을 일으켜 직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feat. 현재 내 모습)

다이나믹한 직장생활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여유있게 그 상황들을 즐겨내는 직딩

일의 가치를 신뢰하며 전문성을 쌓아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직딩

'월급'과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동일시하지 않는 직딩

왠만하면 근무시간 중에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 후 시간과 주말엔 의미있게 쉬며 재충전하는 직딩

부조리한 것에 편승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직딩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직장생활의 희노애락을 공유하며 재미있는 추억들을 만들어가는 직딩

동료들에게, 또 후배들에게 실력으로도, 인격으로도 본이 되는 직딩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용기 있게, 또 자신있게 퇴사할 수 있는 직딩

이런 낭만직딩이 되고 싶다.

더불어, 직장생활에서 뿐 아니라, 내 삶에서도 '낭만'에 대한 내공을 더 키우고 싶다.


낭만은 결코 뜬구름이 아니다.
오히려 땅 속 깊이 심지를 곧고 깊게 드리워 쉬이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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