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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Sep 01. 2018

사무실 자리를 자주 바꾸면 좋을까?

공간이 직장인의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

인사철이 되면 사무실에서는 자리 이동이 시작된다. 보통 연중 1회, 혹은 반기마다 이러한 대이동이 일어나고, 심지어 분기마다 이동을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직원들은 자리 바꾸기를 귀찮아하고, 바쁜 업무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유연근무제 등이 시행됨에 따라 고정 좌석 없이 아침에 출근할 때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찾아 근무하는 자율좌석제를 시행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로 이전하면서 집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의 환경을 파악해 뉴 오피스로 최적의 업무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터치다운 공간. 이동이 잦거나, 집중적으로 업무를 해야할 때 효과적이다.(출처 : 디자인 정글)


자율좌석제를 실시하는 직장에 다니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내 공간이 없어져서 불편하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인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업무 이야기를 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기는 좀 어렵다.

라며 엇갈리는 반응들을 보인다.


그런데 과연 사무실에서 자리를 자주 바꾸면 직원의 업무 생산성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8년 3-4월호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사무실 자리를 바꿨을 때 얻는 경제적 이득


카네기멜런대 이선기 교수는 한 대형 전자상거래 회사가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 '사무실 자리를 바꿨을 때 얻는 경제적 이득'을 증명했다.


기존에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6개 MD팀이 같은 공간에 있었고, 중앙 현관을 중심으로 6개 팀은 다른 공간을 썼다.  


회사는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공간적 제약 때문에 중앙 현관을 중심으로 9팀은 개방된 공간에, 3팀은 다른 공간에 배치했다. 두 공간은 인테리어, 경영진과의 근접성 등과 같은 근무환경은 모두 같은 조건이었고, 옛 사무실과의 환경도 매우 비슷했으며, 자리 배치에 대한 직원의 선택권은 없었다.


MD 60명이 사무실을 이전하기 전 120일과 이후 80일, 총 200일 동안 체결한 3만 8435건의 거래를 살펴봤더니, 더 많은 팀이 모인 공간에서 일하는 MD들이 사무실을 옮기기 전 모든 MD들이 맺은 계약보다 평균 25% 더 많은 신규 업체 거래를 따냈다.


업무의 질적 변화


실적이 늘어난 이유는 협업 때문이 아닌, 업무의 질적인 변화 때문이다.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제안을 단순히 반복하는 '이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탐구'로 바뀌었던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잘 몰랐던 동료와 나란히 앉은 MD의 하루 평균 거래 수익이 사무실을 옮기기 전보다 40% 더 늘어났다.


특히 창의성의 증가, 이용에서 탐구로의 생각 방식의 전환은 회사에서 중간 이상 경력을 쌓고, 새로운 업무공간에서 적어도 몇 명쯤 낯선 동료를 만난 사람에게 더욱 유의미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단 전문 분야에서 충분히 배운 다음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 창의성이 더 높아질 겁니다.
특히 가까운 거리가 새로운 동료와 신뢰를 쌓고, 가치 있는 참신한 지식을 나누도록 촉진합니다.
이런 역량이 주어지면 새로운 지식을 결합해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물리적 공간 변화는 성과급을 고정 임금으로 바꾼 것보다 성과를 개선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고, 그 효과 또한 더 빨랐다. 

물론, 연구를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 업무 공간이 과도하게 탁 트인 공간으로 바뀔 경우 직원의 동기 부여와 만족도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심지어 건강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자리 재배치를 통해 우연한 상호작용을 장려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참신한 지식을 나누며 서로 다른 생각들을 맞추어 최고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픽사의 새 본사 건물을 설계하면서 건물 아트리움에 대형 중앙 화장실을 설치하여, 직원들이 화장실에 가면서 계획에 없던 '충돌'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혁신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 추가 사례
- 게임회사 밸브(Valve)는 워크스테이션에 바퀴를 달아서, 직원들이 관심사와 프로젝트가 있는 곳을
   찾아 마음껏 옮겨 다닐 수 있게 함
- 여행 웹사이트 카약(Kayak) 은 신규 채용을 빌미로 직원들을 여기저기로 보냄
-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HubSpot)은 몇 달마다 무작위로 자리를 재배치


스마트워크 실시하는 국내 주요 기업 (출처 : 매일경제)


공간 혁신에 필요한 전제 조건 '신뢰'


사무 환경 전문기업 퍼시스한국리서치가 진행한 2018 <대한민국 2059 직장인 사무환경 인식조사>에서 직장인 1,000명 중 670명이 현재 사무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비효율적인 자리 배치, 개인 공간 부족 등 공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공간을 혁신하는 것에 대한 전제 조건은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다수는 직원들을 신뢰의 대상보다는 ‘감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 또한 조직과 상사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직장인)도 많고, 대한민국의 기업 문화도 점점 변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사회적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업무 공간' 조성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무실의 공간 변화가 단순한 인테리어 수준에서 그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 한대로 경영자와 직원, 상사와 부하직원 등 서로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우리 사무실엔 업무 중간중간 서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직장인의 건강을 위해서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존'을 마련하는 등 '스탠딩 워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 덧붙이기


잘 나가는 기업의 사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소통을 중시하는 구글 사무실 (출처 : 구글이미지)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위치한 트위터는 사무실 가장 핵심 공간을 카페테리아로 꾸며 직원들이 자유롭 게 오갈 수 있게 했다. (출처 : 매경이코노미)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 공간으로 주목을 받았던 페이스북 사옥. 7m의 층고, 3,00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사무실로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일할 수 있다.


해외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또한 사무실 공간에 대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 하기 좋은,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사무실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추천해주시고 싶은 기업들 있으면 공유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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