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가늘고 긴 손가락 끝
매끈하고 깨끗한 손톱
30대 후반 직장인 D씨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입니다.
D씨는 손톱을 물어뜯는 어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손가락을 뜯습니다. D씨의 손톱 주변에는 늘 상처가 나있습니다. 특히, 엄지손가락은 상처가 나고 아물기를 반복하여 두껍게 굳은살이 생겨있죠. 부끄러워서 손을 잘 드러내지 못합니다. 최근 들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껴서 고쳐보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너무 부끄럽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이지만,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D씨를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안녕하세요. D입니다. 저는 30대 후반 여성이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소개면 될까요?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용기를 내주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사실 손을 뜯는 버릇은 학창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고치려고 노력도 해보았는데 잘 되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그런 행동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고, 꼭 고치고 싶어서 치부를 드러냈습니다. 물론,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제 버릇에 대해 잘 알고 있죠. 고칠 수 있도록 도움도 주고 있고요.
혹시 손을 뜯는 행위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있나요?
직접적인 문제는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예민하다는 이야기는 가끔 듣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갈등 없이 잘 지내는 편이에요. 가족과 친구, 가까운 직장 동료들과는 농담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직장생활을 하며 사람들을 만날 기회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 또한 큰 문제는 없고,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손을 드러내야 할 경우에는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저는 엄지 손가락 상태가 특히 더 안 좋아서 명함을 주고받아야 할 때 특히 더욱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을 다른 사람이 최대한 보지 않게 감추게 되는데, 엄지 손가락을 감추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자신감이 없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시군요. 주로 언제 손을 뜯으시나요? 언뜻 보니, 지금도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고 계신 것 같은데...
아, 그렇네요. 저도 모르게 손을 뜯고 있었네요. 이렇듯 저는 한 번도 손을 뜯고자 작정을 하고 뜯은 적은 없습니다. 지나고 나면 뜯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주로, 직장 생활을 하며 처음 만나는 사람과 자리를 마주할 때,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작성하며 고민할 때, 회의를 할 때 손을 뜯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손끝을 계속 만지작만지작 하는 듯하고요.
생각해보니, 손가락 주변으로 까슬하게 올라오는 거스러미들을 정리하고 싶어서 일부러 손을 뜯기도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손을 뜯으면 뜯을수록 손톱 주변이 거칠어지면서 정리하고 싶은 거스러미도 많아집니다.
손 끝을 뜯는다고 하시는데 손톱은 어떤가요?
손톱은 원래 긴 걸 싫어해서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손톱깎이로 미리 깎아버립니다. 손가락 끝보다 손톱이 길어지면 불순물도 많이 끼게 되고, 생활하는데 오히려 불편하더라고요. 손톱을 길러보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손톱을 기르는 것은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손을 주로 어떻게 뜯으세요? 입으로 물어뜯나요? 아니면.. 아, 이렇게까지 질문드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저는 손을 계속 움직이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굉장히 산만하죠. 검지나 중지로 엄지손가락을 만지면서 걸리는 것이 있으면 검지 손톱으로 뜯어요. 그것이 부족하면, 반대편 손을 사용하기도 하고, 때론, 입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아. 말하고 나니 굉장히 부끄럽네요.
손을 뜯지 않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노력을 해보셨나요?
손 끝이 늘 건조해서 촉촉하게 하기 위해 핸드크림이나 바셀린을 듬뿍 발라봤어요. 효과는 조금 있지만, 생활을 하다 보면 금방 닦여서 없어지거나, 제가 만지는 물건들에 핸드크림의 기름기가 묻어서 불편하더라고요.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피젯 토이를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늘 그때뿐이더라고요.
피젯(Fidget)이란 꼼지락거리거나 만지작 거리는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피젯 토이는 특별한 기능은 없지만 한 손에 쥐고, 반복적인 동작을 할 수 있는 손 장난감을 말한다. 피젯 스피너, 피젯 큐브가 대표적이고, 장난감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뾱뾱이라고 불리는 에어캡도 피젯 토이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왜 손을 뜯는 것 같으신가요?
제가 손을 뜯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불안함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때, 무언가를 강렬히 이루고자 할 때 손을 뜯게 되는 것 같아요. 주로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손가락 끝을 만지게 됩니다. 또한, 뭔가 새로운 상황에 처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시간에 쫓겨서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쓸 때, 손가락 끝이 지글지글해지면서 자꾸 손으로 손을 만지게 되고, 손 끝에 걸리는 것들을 뜯어내기 시작합니다.
주말이나 휴가, 여행 중일 때는 손가락이 깨끗한데 주중에는 다시 손 끝에 상처가 생깁니다. 특히, 바쁘게 프로젝트가 돌아가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생길 때에는 더욱 심해지기도 하고요. 확실히,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손가락을 뜯으며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손가락 끝에 만져지는 거스러미들을 뜯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강박 또한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자꾸 눈에 띄고, 손에 걸리고, 뜯어내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혹시 어릴 때나 학창 시절의 특별한 경험이 지금의 버릇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음. 그런 생각도 해봤죠. 구강기를 잘 보내지 못했을 경우 손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경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래도 건강한 가정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잘 자랐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부모님께 굉장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 엄마가 가끔 어린 시절 저에게 칭찬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상황이지만, 엄마의 욕심으로 칭찬보다는 늘 더 잘하라고 하셨다고 해요. 그런 부분이 제가 불안해하고, 어떤 일이든 잘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존감도 낮은 편이고요. 손을 뜯는 것으로 이러한 불안함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그러한 영향도 있을 수 있겠네요.
제가 D씨를 만나러 오기 전에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에 대해 조사를 조금 해봤어요.
몬트리올 대학에서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은 실제로 D씨처럼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를 하고 싶은 충동이 크게 나타났다고 해요. 반면에, 편안한 상태, 즉 휴식을 취하거나 원하는 것을 할 때에는 이러한 충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죠. 연구에 참여한 교수진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떠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쉽게 느껴서 신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행동으로 불안감을 잠시 낮출 수 있지만, 순간적일 뿐이고, 건강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손톱의 변형이 오기도 하고, 심할 때는 세균 감염이나 피부암을 유발해서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해요.
아. 목숨까지 위협을 받는다니. 무섭네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몬트리올 대학 연구진들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매사에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혀보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전 그렇게 완벽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일상생활에서 불안함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의 불안감, 그리고, 나에게 미션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과 불안. 그리고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있고요. 실제로 걱정이 좀 많은 성격이기도 해요.
불안감을 극복할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기사를 하나 공유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리를 한번 해봐야겠네요.
걱정할 시간을 정해두라(걱정 연기). 하루 일과 중 불안한 생각이 들면, 생각의 흐름을 확인한 다음 미뤄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하라.
재앙 등급을 만들라. 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다. 불안함을 느끼는 일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크다.
큰 프로젝트를 작은 과제들로 쪼개라. 걱정과 불안은 직장에서 일을 질질 끄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작은 목표로 쪼개서 작은 것부터 달성해가라.
불안을 유발하는 것에 스스로 노출시켜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주어라.
억지로라도 신체를 차분한 상태로 만들어라. 몸의 긴장을 풀면 감정도 따라오게 된다.
불안을 받아들이라. 그리고 불안을 느끼는 당신 스스로를 도와주라.
불안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걱정할 시간을 따로 정해두는 것과 큰 프로젝트를 작은 과제들로 쪼개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잠깐의 대화가 D씨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버릇을 고치고자 하는 의지와 근본적인 심리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솔직히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 치부를 괜히 드러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손가락을 뜯는 버릇을 꼭 고치고 싶어요. 날씨가 건조해져서 손 끝의 거스러미가 더 심해지기도 하는데 핸드크림도 잘 바르고, 의지적으로 손가락을 만지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그리고, 손 끝에 거스러미가 느껴지더라도 그대로 두겠습니다. 당분간은 피젯 토이도 적극적으로 가지고 다닐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애써야겠습니다.
회사 일을 할 때에도 조금 더 힘을 빼고, 여유를 가져봐야겠어요. 쉽지는 않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