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1시간
당신의 새해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워라밸을 실천하는 직장인이 되리라.
올해는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해보리라.
올해는 외국어 하나쯤은 정복해보리라.
올해는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리라.
올해는 책을 몇 권 이상 읽으리라.
작년 초 호기롭게 세웠던 계획들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흘러 흘러 가버렸습니다. 2018년, 매 순간을 채웠던 일들이 모래사장 위에 가득한데 손으로 떠올려보니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고, 손바닥 위에는 눈을 크게 떠야 보일 정도로 남아있는 몇 알의 모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2018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과 2019년 1월 1일 0시 0분.
어제오늘과 같은 날이지만, 감사하게도 지난 365일의 어제오늘과 다른, 작년과 올해로 구분되는 날입니다. 덕분에 지난날의 아쉬움을 뒤집어 새로운 의지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2019년 새해가 시작된 지 6일째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세운 계획들을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는 작심삼일형 인간입니다. 삼일에 한 번씩 작심을 하면 된다는 작심삼일형 인간을 위한 처방도 있습니다만,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간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사흘이 두 번 지난 지금, 작심삼일을 두 번 하면서 힘겹게 계획을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새해에 새롭게 먹은 마음을 지속하지 못해 벌써 의기소침해지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의기소침해지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작심삼일은 당연한 것입니다
작심삼일형 인간을 의지박약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의지란,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고요.
작심삼일과 의지박약이 당연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의지(마음)만으로 가능하지만, 어떤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마음 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의지의 시작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자 뜻이지만 그 이후에는 마음과 뜻을 지속시킬 수 있는 통제력, 그리고 통제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항간에는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하기, 작은 것부터 실행하기, 성공의 경험을 반복하기, 잘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툴 사용하기, 함께 하기 등과 같은 유용한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모두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의지박약형 작심삼일러에게는 구슬을 집어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를 통제할 것인가
환경을 통제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 특히 사무직 직장인들의 신년 계획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항목이 '운동'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교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박사팀이 3000여 명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하겠다는 새해 결심을 완전히 지키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작년에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행률을 수치로 표현하자면 49%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퇴근 후 주 3회 운동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수영장을 다니며 레슨을 받기도 했고, 헬스장을 다니며 GX프로그램으로 스피닝과 요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득했으나, 실행률은 왜 49%에 그쳤을까요?
퇴근 후 여러 가지 유혹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엔 일단 너무 피곤합니다.
집에 오면 만사가 귀찮아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기 힘듭니다.
퇴근 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좋은 강연들도 들으러 가고 싶고, 모임에도 가고 싶습니다.
밀려드는 일들로 야근 어택을 받기도 합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들의 유혹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모두 의지가 약해서 이리저리 둘러대는 핑계일 수도 있고, 운동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운동을 하기엔 통제해야 할 환경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의지박약에 팔랑거리는 얇은 귀를 가진 제게 운동까지 가는 길은 온통 장애물 투성이입니다.
2019년 들어 새벽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주 3회 오전 6시에 수영 강습을 받고 출근합니다.
아침형 인간의 기질이라고는 1도 없는 제가 새벽 수영에 도전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을 하고 등록하러 가는 그 순간까지도 오전 6시 클래스를 등록할지, 오후 9시 클래스를 등록할지 고민 했습니다. 결국 오전 6시 클래스를 등록하게 된 단 한 가지 이유는 "꾸준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캄캄한 새벽에 일어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일어나기만 한다면, 오전 6시라는 시간은 주변에 어떤 방해도 없습니다. 그 시간에는 내가 너무 가고 싶은 강연회나 모임도 없고, 만날 친구도 없고, 야근을 할 일은 더더욱 없습니다.
새벽 수영을 시작한 지 아직 1주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 수영의 장점에 대해서는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입니다. 다만, 자명한 사실은 일단 내가 아침에 그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기만 한다면 주 3회는 수영을 하고 출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제해야 할 환경이 '나' 하나 뿐인 것이죠. 새벽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이것입니다.
출근 전 1시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저녁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하고 싶은 일들도 많습니다. 꼭 하고 싶은데 더 하고 싶은 일들에 우선순위가 자꾸 밀리는 일이 있다면, 출근 전 1시간을 활용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덧붙이기)
부디 꾸준히 새벽 수영을 해서 고작 1주일 하고서도 느끼는 새벽에 하는 수영에 대한 장점을 글로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