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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Mar 12. 2018

아이 없이 살아도 괜찮을까?

child-free를 '선택'하다.

올해로 결혼 3년차에 접어들었다.
약 3년 전 결혼을 결심할 때, 난 그렇게까지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나의 '늦은' 결혼 소식을 반가워하고, 축하해주었다. 
결혼 전엔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지?"가 인사였다면, 결혼 후엔 "얼른 아이 낳아야지. 나이도 적지 않은데..."가 주된 인사였다. 심지어, 몇몇은 결혼 후 살이 오른 나를 보며, 대뜸 임신한 것 아니냐며 반갑게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이런 형태로 인사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위로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40대 후반 이후의 기성세대이다)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인사지만, 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고 생각하며 웃어 넘기곤 했다.

그렇다. 난 적지 않은 나이의 신부였으며, 그 적지 않은 나이에서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더 지나고 있다. 나는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고, 결론적으로 현재 아이가 없다.

얼마 전, 나보다 한 달 늦게 결혼한 친구가 둘째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에게 '대단하다', '장하다'라는 말과 함께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내게 있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결혼을 결심한 것보다 훨씬 큰 고민꺼리다. 


| 출산, 과연 선택의 영역일까?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면,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자녀 교육과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오셨다. 그 과정에서 내가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은 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결혼과 출산은 '당연'한 것이며, 결코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성경에서도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이 여러 번 나오고, 그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라고 한다. 
크리스천인 나는 성경의 이 말씀 또한 간과할 수가 없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에 따라다니는 신조어가 있다. 'N포 세대'다. 소위 말하는 헬조선에서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심지어 꿈과 희망, 삶의 가치를 포기한 2030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결혼, 출산은 결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당연한 것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어쩌면 자발적 선택이 아닌 '포기'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나는 N포 세대는 아니다. 결혼을 선택해서 함께함의 행복도 누리고 있고, 내집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끊임 없이 삶의 의미를 찾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아이'는 점점 더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라고 했을 때 엄마가 하셨던 질문이 적잖이 충격이 됐다.


그러면 결혼은 왜 했니?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질문이 너무 황당했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2016년 기준,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이 자녀가 없으며, 고소득 맞벌이 부부일수록 출산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출처:동아닷컴)


|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지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지"

다들 아이를 낳으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친구들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새로운 우주가 열린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경이로움을 느끼며, 아이의 미소 한번으로 힘든 것이 모두 보상되고, 인생의 참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나도 하루 빨리 그러한 기쁨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원하며, 내가 그러한 경험을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해 했다. 

내게는 조카가 2명 있다. 부모들 만큼 깊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이 크는 과정을 보면 신기하고, 참 행복하다. 심지어 경이로움까지도 느끼게 된다. 가족 단톡방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나는 어느새 조카바보의 미소를 짓고 있다. 한달에 한 두번씩은 꼭 만나는데 만나면 물고 빨고 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정말 사랑스럽다. 
아마 내 자식이면 그 행복의 깊이와 넓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겠지?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편과 닮은 아들이 있으면 참 귀엽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닮은 아이가 있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아마 자손번식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게 된 5가지 이유


<둘이면 충분해> 라는 도서에서 무자녀 선택의 방식을 4가지로 정리했다.

무자녀 선택의 방식
1. 초기결정자 : 인생 초기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
2. 미루는 사람 : 가족 형성 시기를 미뤄 아이가 없는 사람
3. 동의하는 사람 : 배우자가 아이를 원치 않아 낳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
4. 미결정자 :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사람

나의 상황은 4가지 경우에 모두 걸쳐 있는 것 같다.
인생 초기부터 아이 없는 삶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고, 20대 까지는 막연하게 언젠가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하게 되고, 출산은 더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남편 또한 아이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마음 한켠엔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을 때 후회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 아이의 의미

아이가 없으면 나중에 늙어서 외롭다.
힘들게 키워 놓으면 나중에 효도 할꺼다.
아이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게 해주는 커다란 힘이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이다. 

아이는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 나에게 효도할 존재, 나와 남편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는 존재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의 삶이 있고, 부모는 아이가 성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그의 삶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그렇다면,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

철없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내게 줄 기쁨과 내가 아이를 위해 감수해야 할 희생을 저울질 하게 된다. 


2. 내 삶의 욕구


나는 자유와 안정의 욕구가 큰 사람이다. 자유와 안정, 매우 상반된 단어이지만, 안정을 기반으로 한 자유, 자유를 기반으로 한 안정을 갈망한다. 

단적인 예로, 조카들과 시간을 보낼 때,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조카들을 따라다니며 어지러진 물건을 정리하고, 제자리에 놓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 이런 모습은 아이들에게 독이 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내는 소음, 울음소리, 어지러진 집이 내겐 큰 스트레스가 된다. 

내가 원하는 가정의 모습은 하루의 피로를 풀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가정이다. 더불어, 경제적 안정을 기반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내 삶의 욕구를 침범하는 일인 것이 분명하며, 욕구를 축소하거나 내려놓을 자신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았을 때 내가 받을 스트레스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3.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 엄마다. 그만큼 부모님은 망아지 같은 날 바르게 잘 키워주셨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나와 동생을 최선을 다해 양육하셨다. 게다가, 다시 키우라고 해도 키울 수 있겠으며, 다시 키우면 더 잘 키울 수 있겠다고 말씀하신다. 

결정적으로 나는 우리 부모님 만큼 내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다. 물론, 부모가 될 준비를 다 마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상적인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 일수도 있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모가 되어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아이를 낳고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또한 부모로 사는 것에 대한 각오도 단단해야 할 것이다. 아이의 인격 형성은 부모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한 생명의 인생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에.


4. 제한된 선택의 범위


지금 내 삶에 아이가 있다면? 휴~ 한숨부터 나온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이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게는 일차적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육아휴직, 아빠 육아휴직 등 제도적 지원도 많이 되고 있지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1, 2년 휴직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경단녀가 되고 싶지도 않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내게 엄마는 일단 낳으면 다 기르게 된다고 하셨다.


내가 아이를 낳으면 고생하는건 엄마에요.

엄마도 손주를 돌보며 고생하는 엄마 친구들, 일명 '할마할빠'들을 보며 한숨을 쉬시는건 마찬가지다.  

늦은 결혼으로 인한 늦은 출산
도 아이 없는 삶을 선택(어쩌면 포기가 될 수도 있겠다)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5. 남편의 의견


남편에게는 13살이 어린 동생이 있다. 동생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았고, 아쉽게도(?) 행복감 보다 힘들고 어려운 것을 더 많이 느꼈다고 한다.   
더불어, 경제적/물리적 관점에서 자신이 자라온 환경 보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자신이 없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결코 거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내 주위엔 유독 아이가 3명인 다둥이 가정이 많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심지어 조부모까지)은 힘들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 다복하고 행복해 보인다. 워킹맘으로 일과 가정에서의 삶을 모두 잘 살아내는 멋진 친구들도 많다.

 
그에 비하면,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너무 어른스럽지 못하고, 미성숙하며, 비겁하고, 별 것 아닌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이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름의 의미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둘이면 충분해>라는 도서에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고자 할 때 아래의 세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한다.

정말로 부모가 되고 싶은가?
아이들과 있으면 즐거운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가?


어떤 사람은 간절하게 아이를 원하는데도 허락되지 않아서 마음 아파하며 눈물 흘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원하지 않은 아이가 생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너무 안타깝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몹쓸짓을 하기도 한다.   

한 생명의 가치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임은 분명하다.  

나의 경우, 마음이 바뀌어서 아이를 원하더라도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 부부에게 하늘의 뜻으로 아이가 허락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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