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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Apr 01. 2018

알수록 빠져드는 야구의 매력

야구를 즐기는 또다른 시각

매년 벚꽃이 피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는 야구 개막 소식, 바야흐로 2018년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두둥~


1982년 3월, 대한민국 프로야구 출범
1982년 9월, 아빠 딸 탄생
출처 : 다음블로그(역사, 사진, 그리고 여행...)

프로야구를 좋아하시는 아빠 덕에 1살 때부터 아빠 무릎에 앉아, 아빠 배에 머리를 기대고 야구에 강제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다. 이 때문인지 82년생인 나는 가끔씩 프로야구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야구 팬들 앞에서 야구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기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지만, 한국 프로야구와 함께 자라며 다른 스포츠 보다 야구에 애정을 갖게 되었고, 다른 스포츠와는 차별된 야구만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야구는 규칙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나 또한 어깨너머로 야구를 접하게 되었고, 야구 규칙에 대해 모르는 것은 조각조각 물어봐서 조금 알고 있는 수준이다. 다만, 야구를 나름의 수준에서 즐기면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느끼게 된 매력을 공유하고자 한다.


| 야구는 사람이 중심이다

사람이 홈에서 출발하여 홈으로 들어오는 인간적인 스포츠
출처 : pixabay

대부분의 구기종목은 공을 골대에 넣거나 공을 쳐서 원하는 지점에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축구, 농구, 하키 등은 공을 차거나 던져서 골대에 공을 넣으면 점수를 얻는다. 또한, 배구,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쳐서 상대방이 공을 받아내지 못하면 점수를 얻는 형태이다.  


야구는 사람이 중심이다. 물론 공을 던지고 치는 것은 다른 구기 종목과 같은 형태이나 야구는 사람이 홈을 떠나 1루, 2루, 3루를 거쳐 홈으로 다시 돌아와야 점수를 얻는 경기이다. 다른 구기 종목은 공을 중심으로 사람이 움직이지만, 야구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을 움직이는 전략을 세우는 스포츠인 것인다.  


| 희생이라는 아이러니

내가 죽어서 다른 사람을 앞으로 가게하는 희생
출처 : unsplash

스포츠에 '희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스포츠의 목적은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에는 '희생타'가 있다. 희생번트와 희생 플라이를 희생타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축구, 농구 등에서 도움을 의미하는 '어시스트'라는 것과 차별되는 개념으로 내가 죽어서 남을 살리는 것이 바로 희생타이다. 어쩌면 이러한 희생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아닐까 한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 부터
출처 : unsplash

야구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뉴욕양키스 전설의 포수 요기베라의 명언이다. 이처럼, 야구는 대 역전극이 가능한 스포츠다. 다른 구기종목은 공 한개당 1점을 얻을 수 있다. 농구의 경우 3점 슛의 개념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 게임당 평균 80점대를 득점하는 농구에서 3점슛 하나로 역전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야구는 공 하나에 최대 4점 득점이 가능하다. '만루홈런'이다. 또한, 9회 말이라는 1이닝 동안 낼 수 있는 점수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시간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 요기베라


| 집관 보다는 직관

저는 야구보다 야구장이 더 좋습니다만...
출처 : unsplash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야구 자체보다 야구장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야구장 만이 주는 다채로운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는 것이 경기를 가장 세밀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시야가 뻥 뚫려 있는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있으면 스트레스로 인해 꽉 막힌 가슴도 뻥 뚫린다.


또한,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스포츠이며, 경기 시간도 긴 편이라 응원의 완급을 조절하여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응원하며 경기장에서 먹는 음식들도 빼 놓을 수 있는 직관의 즐거움이다. 치킨과 맥주가 야구와 함께하는 전구국 음식인 반면, 프로야구 구장마다 대표되는 인기 메뉴가 있다고 한다. 광주구장에서는 곰탕, 대구구장에선 볶음 우동, 부산구장에선 충무김밥이 인기 메뉴라고 한다.


최근에는 야구장 좌석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야구 경기와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좌석, 분위기 있는 테라스에서 관람할 수 있는 테라스 좌석, 캠핑장 분위기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좌석, 양쪽의 불펜을 모두 볼 수 있는 좌석, 선수들이 앉았던 버스 시트를 그대로 관중석에 옮겨놓은 좌석, 안방에서 티비 보는 기분으로 두 다리 쭉 뻗고 야구를 볼 수 있는 매트리스가 설치된 좌석 등...


그리고, 야구는 유일하게 운동 소모품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스포츠다. 홈런이나 파울로 관중석으로 넘어온 공을 받으면, 공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직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정말 큰 선물이다.  


마지막으로, 야구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경기로써 경기 전부터 비가 오면 취소되고, 경기 중 비가 많이 오면 경기가 중단되기도 한다. 팀당 평균 20경기 이상을 비 때문에 치르지 못한다고 한다. 5회말 기준으로 경기 성립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5회말 이전에 취소될 경우 우천 취소와 동일하게 노게임으로 처리되고, 6회 초 이후 경기가 취소된 경우 강우 콜드게임으로 취소된 시점까지의 기록으로 승패가 결정되게 된다.

실제로 직관을 갔을 때 비가와서 경기가 중단된 경험이 있다. 경기는 중단되었지만, 우천 중에서 선수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보여주고, 응원전을 이어나갔는데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내게 있어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아빠와의 추억이 있고, 인생살이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는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다.


또한, 실제로 야구를 즐기는 국가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 멕시코, 쿠바, 캐나다 등 소수의 국가만 야구를 즐겨하고, 프로야구가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대만, 대한민국 뿐이라 한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서 참 행복하다.

더불어, 2018년 한국 프로야구, 10개의 팀과 선수들이 보여줄 멋진 경기들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은퇴했지만, 내 맘 속 영원한 히어로로 남을 양신 양준혁 선수의 한 마디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1루까지 열심히 달렸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 야구선수 양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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