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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Oct 24. 2020

육아(育兒)로 육아(育我)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을 위한 환경이 되려면, 부모는 자녀와 함께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며 자기 삶의 마디를 만들어가되 스스로 성장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의 뒤꿈치가 배우는 사람이 도달해야 할 종착점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 <부모 되기, 사람 되기>, 민들레 출판사 편집실 엮음


어머! 혼자서 잡고 일어섰어!


분명히 어제는 앉아서 손만 뻗었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아이가 테이블을 잡고 서있습니다. 어제는 엎드려서 낮은 포복을 했는데 오늘은 두 팔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기기 시작합니다.

이제 겨우 270여 일을 살았지만 몸무게는 태어났을 때에 비해 3배가 넘게 늘었고, 입는 옷 사이즈도 2단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움직임이 크지 않아서 순둥이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에너지 넘치는 장난꾸러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수도 없이 들었고, 또 누군가에게 가볍게 건네기도 했으며, 흔하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았던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말을 매일매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잘해주는 것도 없는데 아이는 스스로 열심히 자라고 있습니다.

한편, 저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꼬박 일해야 하는 직장인 엄마라 주 중에는 하루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4시간 밖에 없습니다. 어떤 때는 아침에 자는 모습을 보고 나오기도 하고, 퇴근해서 들어오면 씻기고, 먹이고, 재우느라 다섯 페이지짜리 동화책 한 권 읽어주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먹이고 입힐 것을 챙기는 분주함과 바꾸는 때도 많습니다.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삶은 단조로워졌지만 훨씬 분주해졌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부모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세상에 오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아이가 커가는 속도를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쑥쑥 크는 아이를 보며 감사하고, 그저 감탄만 할 뿐이죠. 그러나 커가는 아이를 보고 박수만 치며 가만히 멈춰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를 마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나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애쓰기 위해 오늘부터 100일 동안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육아를 글로 옮겨보려 합니다. 100일의 시간 동안 아이가 커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어 저도 함께 자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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