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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Oct 25. 2020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라고 말하기 이전에

부모가 먼저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면 아이는 알아서 자신이 성장할 공간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하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박산호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엄마가 하시는 말씀 중 내가 잔소리라고 느끼는 말들에 항상 붙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에는 그 잔소리가 진짜로 날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닌 엄마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 느껴졌었고요.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 당시 엄마의 뜻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도 100%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에게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직 ‘엄마’라는 단어도 입에서 떼지 못하는 아기한테 말이죠.

얼굴에 침독이 올라 보습크림을 자주 발라주어야 하는데 바를 때마다 아이는 발버둥을 칩니다. 손톱이 길어져서 자기 손으로 눈을 비비다가 상처가 납니다. 어서 깎지 않으면 얼굴에 또 상처가 생길 텐데 무릎에 앉혀놓고 손톱을 깎아주는 그 시간을 아이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이나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껴야 하는데 답답해서 손으로 빼서 벗어던집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이의 행동을 저지하거나 고쳐주며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저는 진심입니다. 아이 얼굴이 뽀얗고 보드라운 그대로 잘 남아있길 마음으로 열심히 침독 크림을 발라주고, 손톱이 길어서 그 사이에 때가 끼거나 긁어서 상처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아이를 붙들고 손톱을 깎아줍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아이에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기를 강요할 것이고, 아이가 크면 클수록 더 그러하겠죠. 내 아이를 그 무엇보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가 정말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만, 저는 ‘널 위해서 하는 행동’, ‘널 위해서 하는 말’을 하기 이전에 “이게 정말 아이 편에 선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자 합니다.

부모라는 이름만으로, 내가 너보다 먹은 밥그릇 수가 월등히 많다는 이유로, 내가 경험한 세월의 길이가 더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널 사랑한다는 이유로 불쑥불쑥 올라오는 “너는 그러해야 돼.”라는 생각에 계속 딴지를 걸어보려 합니다.

트러블이 생긴 얼굴에 크림을 발라주는 것, 길어진 손톱을 깎아주는 것,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억지로 쓰게 하는 것. 모두 그른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일이죠.

다만, 아이가 신나게 놀고 있는데 그 흐름을 깨고 내가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집 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굳이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위험한 공간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자문해보기로 합니다.

‘이건 당연히 옳아’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해.’
‘그건 당연하지’
‘당연한 걸 가지고 굳이’

라는 생각과 계속 싸웁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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