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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01. 2020

육아를 하며 글을 쓴다는 것

우리는 글을 씀으로써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책을 펴서 한 줄을 읽고는 “맞아!”라고 외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생각해보라.
-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내 삶의 소중한 일부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키고 싶은 것이다.

힘들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다.

더 잘하고 싶다.

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


위의 다섯 가지 항목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두 가지, 바로 ‘육아’와 ‘글쓰기’입니다.

2017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꾸준하게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글을 쓰면서 행복감, 자기 효능감, 즐거움, 회복과 위로를 느끼고 있고, 언젠간 표지에 내 이름이 찍힌 책 한 권을 쓰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2020년 1월,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삶에서 힘든 순간들이 늘었지만 그만큼 웃는 순간도 많아졌습니다. 가끔은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행복하기도 하고, 쬐끄만한 이 아이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아이가 걸어다닐 수 있게 되면, 분유와 이유식을 떼게 되면...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이 기대가 됩니다.

임신과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글감은 늘어만가는데 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100일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00일 동안 육아기(記)를 써보기로 했고, 9일째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육아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육아를 하며 글을 쓴다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넘치는 글감
풍요로운 삶


넘치는 글감 속에서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내가 쓸 수 있는 글감을 쭉 적어보았습니다. 번호를 붙이며 적다 보니 70번이 훌쩍 넘어가더군요. 적어도 글감이 없어서 글을 못쓰는 일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9일간 글을 쓰다 보니 막상 생각해두었던 70여 개의 글감에는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매일매일 글감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매일 밤 글을 쓰면서 “내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말들도 많아지고, 감상과 깨달음도 많아지는 게 육아인가 봅니다.

다만 글감을 숙고하지 못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100일 글쓰기가 끝나면, 100개의 글을 숙성시키는 시간도 가져보려 합니다.



육아와 거리두기


육아를 하며 글을 쓰는 시간은 육아에 대해 글을 쓰지만 육아와 거리를 두는 시간입니다.

아이를 재우고, 못다 한 집안일들을 해놓고는 모니터를 켭니다. 때로는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도 고역일 때도 있지만 오롯이 내 마음과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매일 밤 글을 쓰면서 나와 내 삶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고 있는 불 꺼진 방에서 침대 머리에 기대어 등에 베개를 받치고 무릎엔 이불을 덮고 앉아서 쓰기도 하고, 부엌 식탁에서 등 하나만 켜놓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내가 글을 다 쓸 때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버린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BGM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에게서도, 남편에게서도, 회사 일에서도 거리를 두는 시간이 됩니다. 한 시간이 조금 못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해집니다.

덤으로, 힘이 들어서 꾸역꾸역 글 한 편을 완성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짜릿함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보다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상을 글로 남기며, 글이라는 도구로 아이에게 이렇게 대신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를 돌보고 키우며 너와 함께 엄마도 이렇게 자라고 있다.
너로 인해 이렇게 행복하고, 너로 인해 위로를 얻는다.
그만큼 네가 아빠와 엄마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네가 참 자랑스럽고, 너를 정말 사랑한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생각했던 대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너무 피곤할 때는 그냥 다 접고 등을 붙이고 눕고 싶은 생각과 싸우는 게 힘겹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쉼도 얻고, 위로도 얻고 힘도 얻는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바람이 있다면 제가 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 글에 '맞아맞아' 공감하며, 제가 글을 쓰면서 얻는 쉼과 위로와 새 힘을 함께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재미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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