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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05. 2020

오늘도 뛰어서 퇴근합니다

달려라 마미

난 있잖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늘땅만큼 엄마가 보고 싶음 달릴 거야 두 손 꼭 쥐고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하니 이 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
- 만화 '달려라 하니' 주제곡


6시 6분 지하철을 사수하라


사무실과 지하철 역 입구까지 거리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6시 땡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6시 6분 지하철을 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도 밀리고, 지하철 입구에서 플랫폼까지 한참을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죠.


정시 퇴근하는 사람들이 몰려서 엘리베이터가 밀린다 싶으면 계단으로 빙글빙글 내려갑니다. 8층 높이라 다행입니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지하철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서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꼭 6분에 출발하는 지하철을 탈 필요는 없습니다. 지하철은 다음에도 오니까요.


그런데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당기고 싶습니다.


집에는 꿀단지 보다 더 소중한 친정엄마와 아이가 있거든요.

자신의 삶은 뒤로 미뤄두고 딸이 출근해 있는 동안 손주를 돌보는 엄마의 노고를 1분이라도 덜고자,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첩을 열어서 사진과 동영상을 뒤적거리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아이를 1분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퇴근길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점점 더 퇴근길 발걸음이 빨라지고, 빨라진 발걸음은 뜀박질로 이어집니다.

아이가 없을 때에는 정시퇴근을 했더라도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먹거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듣고 싶은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하고, 서점에 들러 책 구경을 하기도 했고요. 걷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운동 삼아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를 걷다가 중간에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날도 숱하게 많았죠. 기분전환이 필요한 날에는 따릉이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한강변을 따라 퇴근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휴직 후 복직하고 나서는 퇴근할 때 경주마처럼 퇴근합니다. 경주마들이 달릴 때 앞만 보고 달리라고 옆이 보이지 않게 눈가리개를 하죠. 저도 눈가리개만 안 했을 뿐 경주마와 같은 모양새로 집을 향해 달립니다. 결승선에 닿는 시간을 1분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말이죠.

가끔은 퇴근길에 여유롭게 딴짓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언제 한번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여유롭게 따릉이를 타고 퇴근하는 날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달려라 하니가 아니라
달려라 마미


하니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을 이기고자 달렸지만, 마미는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들을 만나려는 기대감으로 달립니다.

'달려라 마미' 버전으로 노래 가사를 바꿔봅니다.

난 있잖아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늘땅만큼
아들이 보고 싶음 달릴 거야
헐떡 거려도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마미 마미
현관문 앞 까지
달려라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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