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직딩 Nov 06. 2020

아이 키우기 좋은 직업

세상은 바뀌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바뀔 수 없는 것은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실이었고, 여성이 주양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 <출근길의 주문>, 이다혜


여자 직업으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최고야


학창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저희 엄마였으며, 저는 교대 알레르기가 생길 정도로 이 말을 듣기 싫어했죠.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제일 좋지.”

결혼? 출산? 육아? 정말 1도 공감이 안 되는 내용들 뿐이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이유로 입학할 대학과 직업을 정하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거야. 그게 우선이지!”

IMF를 거치며 교대 입시 커트라인은 하늘로 쭉쭉 치솟았고, 결국엔 성적이 안되어 '못 가는 걸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사무직 회사원입니다.


9시부터 6시까지는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죠.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월급을 받고요.

풀타임 사무직 엄마가 일을 하려면 하루 종일 전담으로 아이를 봐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린이집을 보내더라도 등원, 하원을 도와주고 하원 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고요. 누구의 희생 없이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리고 짜 놓은 틀 안에서 한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틀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제가 복직한 지 세 달이 조금 지났고, 매일 12시간 가까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습니다. 이제 막 9개월을 넘긴 아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나 남편이 급하게 휴가를 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급하게 휴가로 자리를 비우게 되어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고, 정말 불가피하게 휴가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죠.


선배 워킹맘들에게 말로만 들었던 상황인데 이게 정말 현실이더군요.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확실히 육아하기 수월한 직업이 따로 있는 듯합니다


저희 엄마가 원하셨던 초등학교 선생님, 지금 생각해보면 방학이 있는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최고의 직업입니다. 게다가 육아휴직 3년이 완벽하게 보장이 되고, 원하는 때에 복직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직업입니다.

방학은 없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근로자들 또한 비교적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관련 정책을 비교적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주도적으로 정하여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도 마찬가지고요.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정시퇴근이 가능하며, 월급은 조금 적게 받더라도 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언제든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아이 키우기에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이 키우기에 좋다는 기준 만으로 직업의 좋고 나쁨을 구분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육아가 비교적 수월한 직업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본인이 원하는대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상관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에 차별 없이 기회가 주어지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지 않을까요?


저는 비록 직업 특성상 아이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없는 엄마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애정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주 7일 중 5일, 하루 24시간 중 12시간 가까이를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과 대체하는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챙기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애써보려 합니다.
 
바라건대 아이가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며, 그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뛰어서 퇴근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