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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Nov 07. 2020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어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지."였다. 다들 아이를 낳으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된 친구들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너무 힘이 들지만 새로운 우주가 열린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경이로움을 느끼며, 아이의 미소 한 번으로 힘든 것이 모두 보상되고, 인생의 참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나도 하루빨리 그러한 기쁨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원하며, 내가 그러한 경험을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해했다.
- '낭만직딩'이 쓴 글 중



이 글을 쓴 지 약 2년 6개월이 지났고, 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습니다.


아이가  있어야 하는 건가 고민도 해보고, 나름 논리적으로 따져보며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보았습니다. 아이를 갖고자 특별히 애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결혼한  4년이 흘렀고, 양가 부모님께도 아이를 기다리지 시라고까지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2 계획에 대해 물어도 "별로 생각이 없어요"  "그냥 둘이 살기로 했어요."라고 대답하고 넘기곤 했죠.


그리고 우리 부부의 미래 계획에 아이는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아이에 대한 고민이 무색하게, 양가 부모님들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민망해지게 예고도 없이, 기별도 없이, 맥락도 없이 덜컥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생긴 지 한참이 지나서 임신 사실을 알고서는 왠지 모르게 생겨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죠.


그렇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는 지구별에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고 이쁜 거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어


아이를 보며 양가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아이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저 또한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모습만 봐도 감사가 넘치고, 울어도 사랑스러우며, 품 안에 포옥 안기거나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면 뒤로 넘어갈 만큼 황홀한 기분을 주는 이 아이, 정말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을까요.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내 삶을 지키고 싶다.

아이를 잘 길러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

우리 부모님 만큼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다.

는 생각으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저울질하고, 고민했던 내 모습이 철 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마다 부모가 된 친구들이 제게 했던 말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게 했던 위의 세 가지 이유는 아직 모두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새 힘이 생깁니다. 아이는 부모가 문제를 잘 이겨내어 자신을 잘 키울 수 있도록 그 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듯합니다.


오늘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아이의 작은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감동받고, 소리 내어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역시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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