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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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라는 범주가 이 모든 차이를 가리고 있다. 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덮어버리고, 지능을 깎아내린다. 그 범주는 가까운 사촌들을 우리에게서 멀리 떼어놓음으로써 잘못된 거리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상상 속 사다리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제일 윗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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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pp.272-274)
"맞아요. 직관에 어긋납니다!" 자칭 "횡설수설하는 분기학자"인 릭 윈터바텀이 내게 한 말이다. 그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30년 넘게 학생들에게 실제 자연 세계가 우리가 설정한 범주대로 분류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관념이 학계 밖으로는 도저히 퍼져나가지 않는 것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다. 그는 자기가 대적하기에 너무 센 적수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그 센 적수는 바로 직관이다. 그는 사람들이 결코 편안함을 진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p.276)
룰루 밀러(202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곰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