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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그 Feb 26. 2021

임신하니 암내가 나기 시작했어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임신 후 신체변화 여덟가지

나는 임신 전에도 주위에 종종 “임신은 참 대단한 일이야. 한 인간에게서 또 다른 인간이 만들어져 나오는 거잖아?”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또 다른 인간을 만들기 위해 임신부의 몸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잘 몰랐고(관심이 없었다), 정작 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야 내 몸이 변하는 걸 보면서 하루하루 놀라기에 바빴다.


임신을 하면 뱃속에서 새로운 인간을 만들기 위해 신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겉으로 얼핏 보기엔 살이 찌고 배만 불러올 뿐인데,  안에선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고, 커지는 아기를 위해 장기들이 눌리거나 밀려나고, 몸의 관절이 모두 이완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로 임신부의 신체는 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나는 배가 남산만 해지는 것 외에 임신 기간 동안 내가 겪은 신체적 변화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나의 변화가 모든 임산부에게 해당되진 않는다!)



하나. 임신선

임신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는 곳은 바로 복부다. 배는 나날이 불러오고, 경우에 따라선 튼살이 생긴다. 그리고 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임신의 증거는 바로 임신선. 원래도 배꼽 주위로 솜털이 진하게 자라 있어 ‘임신선이 이 정도 느낌이려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마치 곰인형의 봉제선처럼 배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선명한 줄이 올라왔다. 임신선은 출산 후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하는데 내 배엔 아직 세로줄이 진하게 남아있다.


둘. 튼살

나는 3.8kg 우량아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큰 키와 뼈대를 자랑했고, 고등학생 때 교복 블라우스를 해마다 새로 사입을 정도로 ‘증량’엔 일가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튼살 하나 없어 임신했을 때도 걱정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타고난 체질만 믿고 관리를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 두 번씩 배와 엉덩이, 허벅지 등 살이 트기 쉬운 부위에 늘 튼살크림과 오일을 꼼꼼하게 발라주었고 임신 10개월 차에도 튼살 하나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이 화를 부른 것일까. 만삭의 몸이라 샤워 후 전신에 로션을 바르는 일조차 버거워졌을 때, 살짝 대충 바른 날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문일까. 출산을 2주 앞둔 시점, 배꼽 아래로 살이 죄다 터버렸다.


셋. 암내

… 그렇다. 임신하면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임신 34주 차에 들어섰을 때쯤, 어디선가 점심 먹고 축구공 차고 들어온 남중생의 냄새가 났다. 당시 나는 냄새의 출처가 당연히 내가 아니라 생각했지만, 방에는 나밖에 없었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겨드랑이에 코를 갖다 댄 순간, 아차. 모든 임신부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은 아닌데 은근히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원인은 역시나 또 호르몬. 매우 다행스럽게도 출산하면 거의 바로 사라진다.


넷. 겨드랑이 착색

임신선과 함께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나는 사람 겨드랑이가 이렇게까지 칙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안타깝게도 겨드랑이 착색은 암내처럼 출산 후 바로 사라지진 않았다. 임신선과 함께 서서히 옅어지는 중이다.


다섯. 코가 커진다

이건 아마 흔한 증상은 아닐 테다. 임신하면 손발을 비롯해 몸이 전반적으로 부어오르는데, 나는 코도 같이 부었다. 사실 임신 전에도 피곤하거나 과식한 다음날엔 눈, 코, 입이 전부 퉁퉁 붓는 편이었는데 임신하니까 코가 자꾸 부어올라 막달에는 정말 코만 보일 정도였다. 완전 달려라 코바인줄. (주변 20대 동생들에게 얘기했더니 달려라 코바를 몰라서 사진을 첨부한다.)

김예분 언니가 들고있는 캐릭터가 달려라 코바. /사진출처=SBS



여섯. 발 커짐

코가 부어오르는 임신부는 흔치 않지만, 대부분 발은 다 팅팅 부어서 한 두 사이즈 커진다. 나는 붓기가 죄다 코로 갔는지 발은 한 사이즈 정도만 커졌다. 임신 7개월쯤엔 집에 있는 신발이 모두 맞지 않아 급히 운동화를 하나 장만했는데, 투박하게 생긴 디자인이었지만 그 신발 말고는 맞는 게 없어서 회사에 출근할 때도, 만삭의 몸으로 업무 미팅을 갈 때도, 아이 낳으러 가는 날까지 그 흰색 운동화만 질리도록 신었다.


일곱. 입냄새

임신을 하면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임신 기간 동안 모든 인대와 관절들을 릴렉스하게 만들어준다. 덕분에 출산 시 골반이 벌어져 아기를 낳을 수 있지만, 출산 후에도 6개월까지 이 호르몬이 계속 나와 관절을 다치기 쉽다. 그래서 산후 6개월까지 무거운 것 들지 말고, 격한 운동도 하지 말고 손목 조심, 무릎 조심, 허리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폭풍 성장하는 아기 안고 돌보고, 집안일하느라 손목이 너덜너덜해진다.)


아무튼 릴렉신이 어찌나 신통한 호르몬인지, 관절과 근육은 물론이고 위장 입구 괄약근까지 느슨하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위와 식도 연결 부위를 제대로 막지 못해 위산이 역류되어 속쓰림을 유발하고 거기에 더해 입냄새까지 선사한다. 나 역시 임신 후 처음으로 속쓰림과 위경련을 겪으며 고생했다. 그리고 엄청난 입냄새를 자랑하게 됐는데, 임신 6개월쯤 되었을 때 편도결석이 생긴 것 같아 이비인후과를 찾았을 때 의사로부터 “임신하면 입냄새가 나기도 합니다”라는 대답만 듣고 돌아오기도 했다.


여덟. 아랫배 나옴 (복직근 이개)

아이를 낳고 나면 바로 배가 뿅! 하고 들어가진 않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서서히 축 늘어지며 들어가는데 아랫배는 어쩐지 계속 나와있다. 예전처럼 힘을 흡! 하고 준다고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임신 기간 동안 커졌던 자궁이 아직 회복이 덜 된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바로 복.직.근.이.개. 아기를 품고 있는 동안 복부 근육이 옆으로 점점 벌어지고, 출산 후에 즉각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오는 것이다. 벌어졌던 이 근육들이 회복되지 않으면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허리 통증, 탈장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오른쪽이 출산 후 복직근이 벌어진 상태다. /사진출처=Shutterstock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배 근육이 벌어진 사실을 나는 어떻게 알게 됐을까? 조리원 퇴소 후 손가락과 손목 통증은 물론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 결국 산후 마사지를 다시 받았는데, 그때 복직근이 벌어져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윗몸일으키기 자세를 하고 배꼽 주변을 손가락 2~3개로 눌렀을 때 말랑말랑하게 쑤욱 들어간다면 복직근 이개 당첨!) 내가 만약 허리 통증을 참고 지냈다면 복직근이 벌어진 채로 굳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회복하기에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알게 됐지만, 왜 이런 걸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는지 대상도 없는 원망이 들었다.


임신 기간 내내 병원에선 그저 “엄마랑 아기 모두 건강해요”정도의 얘기만 해주고, 조리원에선 200만 원을 더 주고 추가 마사지까지 받았는데 “복식호흡 많이 하세요”라는 말만 들었을 뿐 왜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지, 내 몸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에 대해선 설명해 주지 않았다. 임산부들 사이에서도 정보 격차가 있다니! 솔직히 임신 전후로 의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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