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디어 사회에서 동영상으로만 교과서 꾸미기는 가능할까? 시청각이 혹사당하는 현대 사회에서 공부는 어떠해야 할까?
미디어가 매우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지식 습득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단연 영상물일 것이다. 인간의 감각을 보다 총체적으로 자극하여 단순히 언어로 쓰인 설명을 보는 것, 듣는 것,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인상에 남게 된다. 최근에는 영상 자료가 굉장히 풍부하고 접근 방식도 용이하기 때문에 궁금한 것은 대부분 언제든 영상으로 찾아볼 수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체로 언어로만 서술되어 있고 한정된 사진 및 그림자료로만 꾸며진 교과 도서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서 도서로 출판하지 말고 시청각 자료로만 제작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학생들은 보다 쉽고 즐겁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으로만 교과서를 제작하면 어떻게 될까? 현대 사회의 공부는,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대체될 수가 있을까? 이때 생각해 볼 것은 공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공부는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와 더불어 능력과 기술을 증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책 읽기를 추천하는 사람 중에는 책 읽기에서 지식습득은 오히려 부수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언어정보라는 오히려 한정된 정보를 통해 머릿속으로 스스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두뇌 활동이 촉진되기도 하고, 자신의 속도로 문장을 곱씹으면서 문장 구사력과 어휘력을 키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의 학습력으로 이어진다. 성격적으로도 읽는 행위를 연습하는 것은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
동영상은 오히려 너무나도 풍부한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해 주며 화려하고 자극적이어서 익숙해지면 점차 인내심과 집중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시각적 이미지가 없는 언어로만 된 소통에 대한 흥미와 해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일은 점차 안 하게 된다. 생성형 AI로 인해 인간에게 남는 능력이 창의성, 비판력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미디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학습은 이렇게 인간에게 점차 중시되는 능력들을 감퇴시킨다.
학교가 바깥세상과 동떨어져도 안 되겠지만 학교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잃어가는 것들,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충실한 줄글로 된 교과서의 역할을 오히려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기도 하다.
2. 생성형 AI로 교과서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얼마나 정확성, 대표성, 체계성, 교육적 가치(윤리성, 바람직성)가 있을까? 사람들이 개입하여 교정하는 길은 얼마나 가능할까?
생성형 AI는 온라인상의 정보들을 기반으로 지식을 구성해주고 있다. 물론 현대 사회에는 온라인상에 상당한 분량의 정보가 있고, 이 상당한 정보의 바다에서 특정한 주제에 대한 지식을 뽑아 정리하여 알려준다는 것은 큰 메리트이다. 현대인들은 분명 생성형 AI의 힘을 빌려 주어진 과제를 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그것은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는 교과서를 집필하는 일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생성형 AI가 우리의 비서나 조교가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책임자가 되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말도 안 되는 답변들이 캡처되어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퍼지곤 한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기계적으로 조합하여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것이 인간이 보기에 우습지만, 그 원리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생성형 AI가 기계적으로 생성하는 지식은 기계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만큼, 기계적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직관적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기술은 하루하루 발전되고 있다. 기계성을 결코 눈치채지 못할 만큼까지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정확성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다.
3. 인지적인 것이 생성형 AI에 의해 점점 잠식당한 뒤, AI로봇의 훈련과 인간교육은 상보적일 수 있을까? 인간교육은 비인지적인 것(협동심, 창의성, 비판력, 체력, 심력 등)으로 향해야 할까?
비인지적인 것과 인지적인 것은 따로 떼어낼 수 없다. 각각의 개념은 떼어내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 두 개가 별개로 활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인지적인 것들을 콘텐츠는 결국 인지적인 것에서 나온다. 무엇을 가지고 협동할 것인가? 무엇에 대한 창의성을, 비판력을, 체력과 심력을 발휘할 것인가? 그리고 그 무엇에 대한 배경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이들에 대한 활용의 연습이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인지적인 것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가치는 이전보다 떨어지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점차 주목받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이 활용해 볼 수 있음으로써 점차 활용 능력을 키워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능력은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배경지식이 없으면 질 높은 질문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지적인 측면의 기존 교육은 새롭게 조명이 되고 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교육은 점차 비인지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인지적 측면이 AI에게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인간에게 별로 유쾌하지 않았던 단순암기와 같은 활동에 대한 시간이 확실히 절약되고, 그 시간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또한 개개인의 개성이 발현되는 활동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4. 생성형 AI의 활용은 기초·기본·공통·생활·교양 교육에서, 그리고 심화·특수·전문·직업 교육에서 얼마나 가능할까?
생성형 AI는 현재의 인터넷 검색만큼이나 점차 상용화되어 기초·기본·공통·생활·교양 교육, 심화·특수·전문·직업 교육 모두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초·기본·공통·생활·교양 교육에서는 생성형 AI가 튜터 내지는 보조 툴로 활용될 수 있다. 공부를 하다가, 혹은 생활 속에서 궁금한 부분이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다. 또한 어떠한 자료들을 참고할 수 있을지 자료의 목록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글을 쓸 때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심화·특수·전문·직업 교육에서는 생성형 AI가 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직업들에 대하여 적극적 활용을 통한 업무 능력 향상에 대한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업무를 함에 있어서 요청받은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도 능력이지만, 자신이 해야만 할 일과 맡길 수 있는 일을 잘 구분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잘 지시하고 분배하는 것도 능력이다. 이전에는 부하 직원이 존재하는 상사에게만 이러한 능력이 요구되었다면, 이제는 신입 직원부터도 이러한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생성형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직무 능력으로 대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