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읽기에서는 질적연구의 본격적인 연구방법들에 대해 배웠다. 그 첫 번째는 참여관찰과 면담이었다. 이들 방법을 어떻게 수행함으로써 좋은 연구자가 되고 좋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까? 제목을 좋은 관찰자, 좋은 면담자에서 ‘올바른’으로 바꾸었는데, ‘좋은’은 그 뜻이 ‘올바른’에 해당할 수 도 있음에도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연구도 역시 그럴듯해 보이는 연구가 아니라 정직한 연구여야 할 것이다.
연구자가 연구 계획을 할 때는 대상에 대하여 순수하게 ‘알고 싶다’기 보다는 대상은 ‘그럴 것이다’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으며 연구를 통해 그것이 단순히 요즘 말로 ‘뇌피셜’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꽤 있다. 즉, 이미 연구의 의도가 정해져 있기 마련이며 예상되는 연구 결과도 미리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를 주로 지도받는 우리 지도교수님께서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목차와 미리 쓰는 요약을 항상 먼저 쓰도록 하신다. 미리 맥락을 다 잡아 놓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과제가 항상 어려운데, 데이터를 보기 전에 어떻게 연구결과와 결론이 포함되는 요약을 미리 작성할 수가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연구를 ⅔ 이상 진행한 후에야 요약을 써서 검사를 받고, 연구를 이어 진행하곤 했다.
아무튼, 참여관찰 연구를 하는 연구자는 ‘배우는 사람’이며 ‘개방적’이어야 하고, ‘낯설게 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면담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즉, 분명히 정해진 기대와 선입견을 가지고 이겠지만, 융통성을 가지고 연구를 하면서 자신의 관점을 기꺼이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판단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눈’,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한 귀’을 가져야 한다. 뭔가를 아는 눈과 귀는 특별한 것들도 당연하게 여기고 보고 듣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가 특정한 입장의 옹호자로 보이는 만큼 응답자들은 방어적으로 응답하거나 특정한 모습만 의도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연구 장면에서 연구자가 어떠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게 결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점에서 선행연구를 얼마나 공부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말로 모르는 눈이 좋은 것인지, 알지만 모르는 척할 수 있는 눈이 좋은 것인지. 그러나 또다시 생각해 보니 후자의 눈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정말 모른다는 지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즉 선행연구를 많이 공부했음에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이 모두 거짓일 수도 있음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 또한 무지가 결코 올바른 태도를 가져온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무지는 오히려 더 큰 오해와 선입견을 수반할 수도 있다.
관찰을 하고 면담을 할 때 그 결과를 기록할 때에도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호한 형용사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서술적인 말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실이 무질서하고 시끄러웠다.”는 문장은 연구자의 판단이 개입된 후이다. 연구자의 시각에서 무질서하고 시끄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관찰자의 서술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5학년 교실에는 15명의 여학생과 12명의 남학생이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그들은 대략 6개의 그룹으로 모여 있었다. 네 명의 여학생 그룹은 누가 껌으로 가장 큰 풍선을 불 수 있는지 내기하고 있었다. 다섯 명의 남학생 그룹은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본 쿵후 동작을 흉내 내고 있었다.” 이러한 서술은 누가 보아도 그렇다고 동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기록을 할 때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기록해야 한다. 현장기록지에 필요한 자세한 부분은 그 시간이 지난 후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는 만큼 나의 자의적 해석과 판단이 개입될 것이다. 또한 관찰한 것에 대해서 완전한 현장기록지를 쓰기 전까지 타인과 대화하지 않아야 한다. 타인의 개입도 건조하고 자세한 서술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찰이나 면담을 마친 후에 연구참여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섣불리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아직 연구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에, 쉽게 오만해지지 말고 언제든 돌아와서 연구를 보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참고문헌
Glesne, Corrine(2017). 질적 연구자 되기. 아카데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