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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un 05. 2024

사랑, 도전

나는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나 스스로가 정녕 제정신인 건지, 아니면 반쯤 미친 것인지 알 수 없다.


사회인이 된 이상 상당한 자유가 주어진다. 시선에 대한 자유인데, 나를 보는 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그 각 시선마다 원하는 만큼만 나를 보여주어도 된다. 가족이 아는 나와, 회사가 아는 나와, 교회가 아는 나와, 그가 아는 나. 더 세분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나름의 생존의 문제이며, 문제는 그렇게 보이는 모든 모습을 나 스스로 진실되다고 믿는 것이다. 어느 하나 거짓된 것이 없고 그중 몇몇은 시간이 지나 자연히 사라질 것이며 또 몇몇은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겨질 것이다. 어떤 길로 가지 않음으로써 나에게서 잘려나갈 모습들이다. 그렇게 다듬어질 것이다.


그는 자신의 불안정성에 대해 걱정했고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나에 대한 도전을 했다. 나의 과거와 나의 성향과 현재의 일과 생활이 연결이 안 되는 것 같다고 그도 말했으며, 따라서 나의 미래에 대해서는 거의 예측이 힘들었을 것이다.


한편 나는 그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는 하나도 걱정이 안 되었으며 오히려 나의 불안정성을 그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고, 아닐 걸 알면서도 혹시나 나의 이런 불안정성을 드러냈을 때 그가 마음을 접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정작 서로에게 바라는 것은 없으면서 설령 자신이 상대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


일곱 번째 만남이었다. 한 단계 나아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서로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시점이었다. 100% 진심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마음이 편하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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