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에 주기마다 성장해 나갈때 엄마로서 잘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 혹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때는 그 고민의 결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첫째 아이도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최근에 소개받은 책중에 초등학교 교사로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초등학교 생활과 엄마의 역할에 대해 쓴 책이 있길래 관심있게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곳에 소개해보려고 한다.
바로 장나영 작가의 '엄마력'이라는 책이다. 엄마력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무슨의미로 쓴 것인지 추측이 가능할 것 같다. 제대로된 엄마로서의 부모노릇, 엄마의 아이에 대한 영향력 정도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한다.
우선 책 날개의 작가소개부터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대로 초등학교 교사로서 20년을 재직했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그와중에 세 아이를 낳아 길렀다고 한다. 녹록치 않은 삶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경력이지만, 한 분야에서 20년을 종사했다면 분명히 그 사람의 말은 들을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볼 마음이 들게 한 가장 큰 요인은 목차의 첫번째 두번째 챕터였다. 초등학교의 실상이 어떤지 궁금했고, 교사의 입장에서 느끼기에 인상깊은 학부모는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이다'라는 소제목이 달린 챕터를 읽으니 덜컥 겁이 나기는 했다. 잘못된 훈육과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 불행한 부모에게서의 양육의 영향으로 요즘 아이들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는 '금쪽같은 내새끼'와 같은 TV프로그램에서 간접적으로 접한바 있다. 전직교사의 말을 들으니 더 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언급된 이야기들은 예를들면, 성에 대해서 빨리 접하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그리고 한반에 ADHD 아이의 비율이 거의 1/3정도 된다는 것, 그리고 부모들이 결혼을 절대 하지 말라거나 부모가 되지 말라고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은 행복한 나라가 아니구나 싶다. 부모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다고 느껴지면 자식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거나 부모가 되지 말라고 할까. 씁쓸해진다.
그럼에도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다행스럽고 한편으론 고마웠던 것은, 작가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만났을때 포기하지 않고 학부모와의 상담과 아이에게의 훈육등을 통해서 1년동안 차근히 아이를 바꿔나가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하니, 학교에 이분과 같은 선생님이 계시는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2장의 '내가 만난 학부모님'의 챕터를 보면, 학부모가 될 입장에서 어떤 태도를 경계하고 어떤 모습의 학부모가 되어야할지 알 수 있다. 요즘 교사의 자살로 인해 교권이 추락하는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학생이었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이슈에 대해서 양가감정이 생긴다. 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학교에는 존경할만한 선생님도 계셨지만, 대부분의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별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셨고, 그중에 20퍼센트 정도는 몇몇 아이들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의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금의 교권이 추락한 것은 그런 폭력적이고 전혀 존경스럽지 않은 선생님들이 존재했기에 교권에 대한 거부감이 쌓여왔기에 그런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었고, 현재는 아동학대에 대한 어찌보면 지나친 경계때문에 교실에서 체벌은 사라진지 오래일거라고 생각이 든다. 반면 선생님을 존경하는 아이들도 없는 것 같아서 우려스러운 마음이 들기는 한다. 그런 점은 선생님이나 학교차원에서 변화시키기 어려운, 대입과 그와 관련한 평가까지가 첨예하게 관련이 된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말이 좀 길어졌는데, 입시제도가 바뀌고 학교에서의 수업을 학생들이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느끼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가질 수 있게 아이를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작가를 비롯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학원이나 학습지 선생님과는 '급'이 다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이 학교 선생님을 학원선생님이나 학습지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생각한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부분이지, 학원선생님이나 학습지 선생님은 존경은 덜 존경하고 학교 선생님을 가장 존경해야하고, 그런 문제는 아니지 않나 싶다.
그외에 3장부터 5장까지는 엄마로서 어떻게 아이를 길러내야할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앞서 1, 2장에서 언급되었던 학교의 현실에 맞서서 엄마는 어떻게 아이들을 길러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다양한 조언들이 나오는데, 읽다보면 '이 조언들은 어떤 아이로 기르기 위한 것들일까' 궁금해진다. 서문을 읽어보아도 그점이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133쪽에 '하버드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부분이나, 그 뒷부분에 한중일 사람들은 구글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을 보면 어렴풋이 알 것 같기는 하다. 아마도 '창의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인재상'정도일까? 하버드나 구글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한국에서도 유효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작가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서 어떤 인재상을 그리며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 최선일까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씁쓸하다. 많은 부모들은 선행을 시키고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이런저런 학원에 보낸다고 한다. 좀 더 많이 놀고 건강하고 즐겁게 아이들이 자란다면 더 행복할 거라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그렇게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내 몰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불안에 기초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초등학교 입학을 코앞에 둔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이사를 왔다. 전교생이 60명이 채 안되는 작은 학교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이곳에는 학원을 보내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경쟁을 없애고, 말그대로 많이 놀고, 그것을 통한 행복속에서 아이들이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나의 선택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옳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