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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5-2 | 스리랑카 야생 최강자는 누구?

현지인이 평가한 악어 VS 표범 VS 코끼리

by 꽃보라 꽃목수

스리랑카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집 앞마당에서부터 도마뱀, 원숭이, 공작 등 온갖 이국적 생물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최강자는 누구일까? 생김새 기준으로 가장 포악해 보이는 악어, 표범, 코끼리를 후보로 두고 현지인의 평가를 통해 원탑을 가려본다.


악어는 일단 그 수가 가장 많아 보인다. 민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늪이나 웅덩이가 있는데, 거의 무조건 악어가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본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동물이지만 의외로 표범과 코끼리에게는 상대가 안된다고 한다. 우리의 스리랑카 지부장 '올리스' 씨의 얘기다.

스리랑카 지부장 올리스 씨


그는 이동하는 도중 악어를 포착하면 우리를 멈춰 세운다. 강가 쪽을 가리키며 우리한테 잘 보라고 하는데, 잘 보면 진짜 악어가 눈과 코만 내놓고 물속에 있다. 우리가 악어를 잘 못 찾으면 우리더러 조금 더 앞으로 와보라고 손짓한다. 그러면 조금 무섭다.

머리만 내밀고 있는 악어





표범은 스리랑카에서 사자나 호랑이의 지위를 차지한다. 악어보다는 지능도 높고 날렵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하다. 하지만 수가 적고 분포지역도 한정적이라 민가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한다. 스리랑카 사무국장 '마파스' 씨의 얘기다.

스리랑카 사무국장 마파스 씨

그는 동물을 사랑하는 남자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소떼나 개들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와 함께 아루감베이에서 차로 약 두 시간 떨어진 '쿠마나 국립공원'에 간 적이 있다. 지프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조금은 안전하게 볼 수 있는 곳인데, 거기서 표범을 마주쳤다. 나는 그가 표범을 그다지 신기해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엄청 신기해하더라. 쿠마나 국립공원에 표범을 본 게 처음이란다. 하긴 야생에서 맹수를 만나는 일은 누구에게도 아무렇지 않기 힘든 일일 것이다.

쿠마나 국립공원에서 마주친 표범





한 번은 올리스와 마파스 씨에게 물어보았다. 표범과 코끼리 중에서 누가 더 위험하냐고. 그들은 주저 없이 'Elephant'라고 대답했다. 표범은 사람이 위협해서 쫓아낼 확률이 그나마 존재하지만, 코끼리는 그런 것도 없다고 한다. 평소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흥분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게 코끼리다.

코끼리는 서식지에 먹이가 부족해지면 민가로 서슴없이 내려온다. 심지어 사람이 사는 집을 부수고 다니기도 한다. 벽돌과 시멘트로 쌓은 학교 담장도 부수고 들어온 적도 있다. 다친 학생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코끼리가 부숴버린 학교 담장


때문에 이곳에서는 숲과 민가의 경계지역에 코끼리의 침입을 막기 위한 철조망을 흔히 볼 수 있다. 밤에는 농부들이 불을 피운 드럼통을 곳곳에 배치해 놓고 경계를 서는 것도 볼 수 있다. 코끼리가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광경이다. 상황이 이러니까 스리랑카에 지내면서 코끼리가 우리 숙소에 쳐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별 수는 없을 것 같다.

스리랑카에서 코끼리 대소동은 겪고 싶지 않다 (출처 MBC뉴스)



오늘도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깔린다. 그러면 불타는 드럼통 주위에 일과를 마친 농부들이 밤의 일과를 시작한다. 그 사이로 저 멀리, 코끼리의 검은 실루엣이 숲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함은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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