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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나이들면

by 소소인

교직에 들어온지 15년이 지나면서, 나도 이제 젊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과 나이차가 벌어지고, 예전에는 쉬웠던 공감대 마련도 어려워진다.


관심사가 멀어지는 것도 있지만, 아이들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나에게는 '낯선 신세계'다.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낮섦'이다.


때로는,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 모습도 낯설어 보인다. 반찬들이 있으면 무조건 하나씩 식판에 옮겨 담던 나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먹고싶은 몇몇 반찬만 담는다.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딱 고기와 밥만 갖고 온다.


나도 변했다. 예전같으면 학생들의 식판은 눈에 보아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자꾸 잔소리를 한다. '고등학생이 씩이나 되어서 편식을 하냐. 창피한줄 알아라' 아이들은 이런 내 말을 낯설어한다. 반항이라기 보다는, 어색해 한다. '이게 왜 문제지?라는 반응이다.


삶의 기준도, 방식도 늘 달라지는 게 세상의 순리라면, 내가 달라져야 하는 방향은 잔소리일까 그냥 받아들이는 것일까. 내 입에서 나오는 잔소리가 행여나 '기분 상해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는 것도, 지난 세월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나는 나이들고, 아이들은 항상 그 나이인데, 늘 변하는 그 나이다. 어제는 정답이었던 것이 오늘은 아니고, 어제는 틀렸던 것이 오늘은 답이 되기도 하는 게 학교인 것 같다.


답을 모르는 채, 내일도 출근길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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