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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이 Jul 05. 2024

정신건강의학과 입원기

#6 입원기-2, 공황장애와 위기감, 그리고 작은 발버둥

  공황은 불안의 끝판왕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내가 불안하다는 뜻인데, 도대체 뭐가 불안한지 알 수가 없었다. 공황발작이 올 때마다 나는 과호흡을 했고, 답답한 가슴을 움켜쥐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을 그저 참아야 했다. 자살할 수 없는 이 환경이 원망스러울 만큼, 우울감과 공황발작으로 고통받으며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나 자신을 죽일 방법만 박탈당했지, 입원해서 달라진 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밥은 넘어가지 않았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 손목을 손톱으로 긁는 자해를 했다. 자해를 할 수 있는 도구는 모두 압수당한 환경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자해를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고, 해를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새로운 자해 도구를 찾았었는데, 바로 일회용 인공눈물 통이었다. 꽤나 날카로운 플라스틱이어서 손목에 상처를 낼 수 있었다. 사람이 간절하면 뭐든 찾게 된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굉장히 씁쓸했다. 그만큼 난 간절히 자해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다 문득, 매일 하던 교수님과의 면담 후에 면담 내용이 기억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교수님과의 면담까지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한 시간들을 보내왔던 것 같았다. 무언가 허탈했다. 여기서 날 치료해 주는 사람이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면 지금 상황에서 변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굉장히 많은 것들을 놓쳐왔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무언갈 하지 않으면 나는 그냥 이대로 평생 멈춰있을 것만 같았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해선 어떠한 삶의 의미도 갖지 못한 채로.


  그날 이후 난 매일매일 종이와 볼펜을 빌려 닥치는 대로 적기 시작했다. 면담 전 내 머릿속에 든 생각, 면담 때 교수님과 나눴던 대화, 면담 후 느낀 점, 그리고 하루 종일 그때그때 들었던 생각까지 전부. 어쩌면 병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게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이었던 것 같기도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버둥 같은 것 같기도 했고.


  (**참고-우울감이 심해지면 기억력 저하와 집중력 저하가 온다. 그리고 그 증상은 우울증 치료의 가장 끝까지 남아있다가 마지막에 없어지는 증상이다. 그러니 본인이 우울한 상태라면, 기억력이나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혀 문제 될 게 없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필자도 기억력과 집중력이 나빠진 것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하거나 물건 같은 걸 잃어버리는 일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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