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흐르는 강

poem | 어른 행세 그만두고 잠시 쉬어 가렵니다.

by LAO JuNE

돌고 돌아 흐릅니다.

산과 마을을 따라,

굽이 굽이 흐릅니다.


누렇게 이삭이 익어가는 논에도

볼이 발간 사과

수줍게 고개 떨군 과수원에도

아이들 흙물 든

바지 자락 씻어내는 작은 개천에도

잠시 들렀다 갑니다.


주린 배도 채워주고,

마른 목도 축여주고,

무건- 시름도 씻어주려

오늘도

바쁜 걸음 잠시 멈추고

산아래 여울목에서 묵었다 떠납니다.


천삼백리-

갈 길이 멀지만

세상을 품어 안고

더디게 더디게 흐릅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멀리 붉어지는 낙동강을 만납니다



요즘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그래서 숨이 차고 힘이 든가 봅니다.

느리게 흐르는 강처럼 천천히 흘러가고 싶네요.

천삼백리 낙동강 줄기처럼 굽이굽이 흘러가고 싶네요.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작은 개천은 시끄럽게 흘러도 깊은 강은 조용히 흘러간다'라고.......


'요즘의 내'가 마흔 줄 들어섰다고 이제 꽤나 어른이라고

목에 힘주고 고개 빳빳이 들고는 내 그릇 얕은 줄 모르고 자글자글 꽤나 시끄럽게도 흘러가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어쭙잖은 작은 개울-

큰 강줄기 지나 바다 만나기도 전에 말라버릴까...

바쁜 마음 잠시 내려놓고, 어른 행세 그만두고

잠시,

멈춰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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