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하고 온날

poem | 9년 만에 알게 아이의 마음

by LAO JuNE

오랜만에 캠핑 와서

저녁 먹고 불멍 하다

아홉 살 난 첫째에게


"별거 안 해도 밖에 나오니까 좋지?" 하니까

무심한 표정으로 아이가 하는 말


"별거한 거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텐트를 펼쳤다.

이게 뭐라고 큰 용기가 필요했다.


더울 때 캠핑 가는 건 캠핑 초보들이나 하는 거다....

이번이 올여름 마지막이다...


여러 가지 시답잖은 당부를 붙여가며 호텔이나 글램핑이 아닌 텐트를 펼치는데 3년이 걸렸다.

마지막 어떤 모습으로 접어 놨었는지 군데군데 곰팡이에 마지막 피킹 장소의 낙엽까지 함께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의 집짓기 놀이가 아빠도 싫지만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장작에 불을 붙이고 한갓지게 앉아있다가 첫째 아이에게 말했다.

"별거 안 해도 나오니까 좋지?"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별거한 거 같은데?"

무심한 표정으로 툭하고 던진 말이 가슴에 확 하고 꽂혔다.


아이들에 특별한 '별걸'해주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

그래서 그 별걸 찾느라 지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아빠.

그런데 아이들이 바라는 '별것'은 별게 아니었다.

특별한 게 아니라 함께하는 일상을 바라는 것.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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