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rtist

우즈의 사랑은 헌신적이고, 현실적이다

가수 '우즈(WOODZ)'의 노래와 함께 밟아보는 사랑의 과정

by 라미

* 올해 2~5월 사이에 작성한 글입니다.



우즈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긍정의 최종 형태.’ 긍정적인 감정의 단어가 전부 사랑에 엮여있다며 그는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우즈가 노래하는 사랑은 듣고 난 후의 여운이 유난히 길다. 뛰어난 표현력으로 쓰여진 가사가 서정적인, 또는 강렬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가슴 한 켠에 있는 로맨스 감각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최근 인터뷰에서 우즈는 지금까지 써 온 노래의 절반 이상은 실제 얘기가 아니라고 했다. 소설을 쓰는 작가처럼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상상하며 만든 노래가 많다고. 우즈의 머릿속에서 설정된 서사 속, 그는 온 몸을 던져 사랑한다.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부터 이 사랑을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게 되는 순간까지. 사랑의 모든 순간에서 우즈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감정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계산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내가 널 이만큼 사랑한다고 가감없이 털어놓을 뿐이다. 설령 그 상대방이 더 이상 같은 마음이 아니더라도 자신은 아직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우즈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마음 정리가 끝나면, 널 사랑했었다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마디 툭 던져준다. 그리고는 뒤돌아 완전히 떠나가며 새로운 사랑을 긍정한다.


벌써 데뷔한 지 9년차가 된 우즈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는 바로 ‘진부함’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많은 노래들이 어느 것 하나 ‘들어본 것 같다’, ‘진부한 느낌이다’라는 평가를 받지 않고 오히려 우즈라는 사람 안에는 한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무수히 존재하는 듯하다. 그의 노래 가사처럼, 어떤 사랑을 주고 받았기에 그는 이렇게까지 본인의 사랑에 사력을 다할 수 있는 걸까. 우즈가 생각하는 긍정의 최종 형태가 담긴 노래들을 사랑의 모든 순간과 타임라인을 맞춰 보았다. 첫만남부터 이별까지, 우즈와 함께 해보는 시간이 되길.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나요?



시작은 그저 그렇게 너와 나
눈빛은 찌릿하게 통해 자꾸
- 파랗게, WOODZ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엑스원 활동이 끝나고, 조승연은 솔로 가수 ‘우즈’로 대중 앞에 다시 돌아왔다. 그 시작을 열었던 앨범 ‘EQUAL’의 타이틀곡 ‘파랗게’는 시끄러운 사교 파티장에서 자꾸만 눈이 마주치는 연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한 손에는 샴페인 잔을 든 채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들지만, 시선은 자꾸만 저 너머의 어딘가, 마찬가지로 이쪽을 힐끔거리는 상대방을 보며 노래의 화자는 ‘찌릿한’ 감정을 느낀다. 자기야,라는 말을 아끼지 않으면서 오늘 처음 봤음에도 직감적으로 널 계속 좋아할 거라는 걸 확신하고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우즈의 고백은 사뭇 듣는 이의 가슴도 떨리게 한다.



우린 서롤 당겨 like magnetic
내게 하는 말은 다 Sweet flavor
- FEEL LIKE, WOODZ



싱글 앨범 ‘SET’의 타이틀 ‘FEEL LIKE’는 우즈라는 연예인을 처음 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른스럽고 능숙한 분위기와 잘 들어맞는 곡이다. 앞서 소개한 파랗게는 군중 속에 있는 서로를 발견했다면, FEEL LIKE 속 우즈는 느리고 섹시한 재즈 음악이 흘러 나오는 와인바에서 상대방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적을수록 더 그에게 이끌리는 순간이 있다. 애가 타게 밀당을 시도할 법한 상황에서도 우즈의 사랑 방식은 빗나간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은 그만해
- FEEL LIKE, WOODZ



방금 만난 이 사람과 열이 오르는 감정을 공유해도 괜찮은 건지 계산할 시간에 우즈는 솔직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누가 이기고 지건, 누가 더 원하던 말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자석처럼 끌어 당긴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우리 둘 다 원하고 있으니 함께 같은 마음을 느끼자고 상대방을 이끌어 간다. 사랑이 시작되기 위한 조건이 갈수록 늘어나는 세상 속에서 우즈의 조건은 단 하나, 눈빛이 마주쳤을 때 우리가 설레는지, 단지 이것 하나뿐이다.



You're in my mind
Can't forget
Caught in your love
Oh your love
It was only one time
No lie
- Kiss of fire, WOODZ



3번째 미니앨범 ‘ONLY LOVERS LEFT’는 사담이지만,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앨범이다. 제목부터가 작정하고 사랑 노래라는 걸 드러내고 있는 이 앨범은 우즈의 사랑을 훔쳐보고 싶을 때 듣는 걸 추천한다. 그만큼 그는 이 앨범에서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 같은 스토리의 사랑 노래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준다. 더블 타이틀 중 하나인 ‘Kiss of fire’에서 우즈는 단 한 번이었지만 너와 나눴던 키스가 불처럼 강렬하게 느껴질 만큼 네 사랑에 붙잡혀 있다고 말한다. 눈빛이 찌릿하게 마주치고,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린다는 것도 알았으니 그 다음은 불에 타는 듯한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그걸 잊을 수 없다며 자신에게 밤새 키스해달라며 거리낌없이 솔직한 가사는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고 느껴진다.



하루종일 네 생각만 하는 사람처럼



Wanna be by your side
Let the world know you're mine
I love you a million time
Lovin' you multiplied
- Multiply, WOODZ



3번째 미니앨범의 첫번째 트랙인 ‘Multiply’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이 보고 싶어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노래하며 종일 함께 있고 싶을 만큼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연인 사이에 네가 보고 싶다는 말은 굉장히 흔하게 오가는 말 중 하나다. 어떨 때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아도 의무적으로 내뱉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며 큰 감흥이 없을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런 말도 우즈가 표현하는 사랑 속에서는 다르게 느껴진다. Multiply를 부르는 우즈의 목소리는 달달하다 못해 혹시 이 노래를 만들던 당시, 사력을 다해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나? 싶을 만큼 사랑에 푹 빠져있는 이의 것처럼 들린다. 진심을 앞세워 사랑하는 우즈만의 특기라고 생각한다.



You're an angel fallin' From heaven baby
Can't believe you came my way
Swear that I'm so
Cause up that I forget Anything before
And girl you know it's true
I can't help but think about you
- Thinkin bout you, WOODZ



Multiply의 바로 다음 순서 트랙인 ‘Thinkin bout you’는 앞 노래보다 더욱 포장되지 않은 사랑을 고한다. Multiply는 부드럽게 욕조 위로 떠오르는 거품 같은 느낌이라면, Thinkin bout you는 욕조 안을 가득 채운 온수가 뿜어내는 하얀 연기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내 인생에 나타났을까, 처럼 누군가를 무척 사랑할 때는 새삼스레 이 현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우즈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사랑을 할 때 느껴지는 모든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보관해두는 사람 같다.

내 행복의 뜻은 너인 것 같아
보다 큰 선물은 없을 것 같아
- POOL (feat. SUMIN), WOODZ



2018년, 우즈가 처음 발매한 싱글은 곡 소개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볼 수 없는 마음을 수영장(POOL)에 비유해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표현했다.’ 넓고 찰랑이는 마음 속에서 헤엄치는 그 사람이 연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도입부로 노래가 시작된다. 네 존재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던 서정적인 20대 중반의 우즈와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며 열정적이지만 태연하지 못한 20대 초반의 우즈는 그런 차이점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진다는 건 반대로 보자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이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사람의 서투른 시절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시적인 표현에 능숙해지는 그이지만, 변하지 않는 건 역시나 여러 번 언급하는 ‘솔직한 사랑 고백’이다. 불안함과 질투도 껍질 없는 사랑 앞에선 전부 녹아버려 오직 그 사람을 바라는 마음만이 남아 나만의 POOL에서 떠다닌다.



깊게 빠져들어 더 깊게 네 안에
뿌리내린 마음이 꽃을 필 수 있게
Your love is the sun, it wakes me up
차갑던 맘이 너로 물들어
언제나 나를 밝혀줘
You make me better and better and better
- Better and Better, WOODZ



아티스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무한한 사랑을 제공하는 존재를 꼽으라면 당연 팬클럽을 말할 수 있다. 우즈가 말하는 사랑에는 단순히 연인 간에 오가는 단편적인 감정만 있지 않다. 가족, 친구, 연예인과 팬 등 모든 사이에서 사랑이란 존재하는 것이다. ‘팬사랑’으로 유명한 우즈가 자신의 팬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Better and Better’는 최근 발매된 4번째 미니앨범 ‘COLORFUL TRAUMA’의 4번 트랙이다. 저마다의 색깔이 확실한 트랙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 곡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으로만 채워져 있다. 거센 바람이 불면 같이 돛을 올리고, 길을 잃어버리면 내가 빛이 되어주겠다는 말은 청자로 지목된 팬클럽에게 있어 마치 든든한 동행인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한다. 너는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은 어느 로맨스 드라마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문장이다. 우즈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머무르는 사랑에 있어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한다는 걸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알 수 있다.



상처를 받아도 사랑을 주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즈가 자신의 사랑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에게 빠져들어 둘도 없는 연인이 되는 것까지 그의 노래로 함께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 마음이 식어가는 사랑을 발견했을 때의 우즈는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까?



Let me know your love
넌 아마도
내게 주었던 건 plastic heart
- Chaser, WOODZ



영원할 것 같던 사랑에도 변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ONLY LOVERS LEFT’의 ‘Chaser’를 재생해보자. 난 아직 마음이 불에 타는 것만 같던 시절과 다름 없이 사랑하는데, 상대방은 매일 나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비참, 의문, 그럼에도 마음을 다시 돌려보고자 간절하게 매달리는 오기. 그동안 받았던 사랑이 사실은 속이 텅 비어버린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고, 더 이상 거짓이 아닌 말은 해주지 않음에도 그 사랑을 ‘Bittersweet’이라고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조금의 애잔함도 함께 느껴졌다. 끝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남자의 상처가 드러났다고 생각해서일까.



I was just your rebound
I can't resist you
Wish you want me too
- Rebound, WOODZ



싱글 앨범 ‘SET’의 마지막 트랙 ‘Rebound’는 노래 자체가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숨소리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우즈의 큰 장점인 하이톤의 미성이 유난히 잘 살아난 이 노래는 조용한 새벽, 안개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우즈가 연인이 자신을 그저 리바운드, 전애인에 대한 복수심에 가볍게 만나는 사람,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는 진실을 깨닫고 조용히 제 심정을 읊조리는 듯한 장면을 그리게 만든다. 두 사람의 마음은 이제 더 이상 같은 무게일 수 없다. 사랑에 크게 상처 받은 우즈는 의외로 연약한 목소리를 낼 줄 안다. 밀려오는 무력감을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상대방에게 너도 날 좋아했으면 한다고 소리 죽여 애원한다. 그러나 Rebound를 반복해서 들을 수록 어째서일까, 나는 더 이상 우즈에게도 사랑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낀다. 정확히는 사랑보다는 자괴감과 허탈감에서 비롯된 미련일 것 같은 감정을 이 남자가 여전히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되돌릴 수는 없는 건지
미련한 나의 맘이 컸지
넌 아무렇지 않은 건지
- Accident, WOODZ



첫 번째 미니앨범, ‘EQUAL’의 두 번째 트랙인 ‘Accident’는 개인적인 의견을 끼워 넣자면 반드시 라이브 영상으로 듣는 것이 곡에 나타나는 우즈의 폭발적인 감정을 느끼는 데 훨씬 좋다. 후렴에서 등장하는 날카로운 고음이 바로 귀에 꽂혀들 만큼 강렬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상처 입은 상황을 ‘사고’라고 표현하는 게 인상적이다. Accident 에는 반전 서사도 존재한다. 두 번의 후렴구에서 우즈는 ‘it’s the accident, not your fault‘라고 말한다. 네가 고의로 날 상처 입히려 했을 리 없다면서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우즈의 목소리는 마치 자기 최면 같다. 그러나 곡의 마지막에서 그는 결국 현실을 인정한다. ’it is the accident, it’s your fault’ 핸드 마이크를 잡은 채 외치는 우즈의 모습은 라이브 영상을 시청하고 있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처절하고도 아프게 느껴지는 사랑의 상처를 우즈는 마치 어제 겪었던 일인 것처럼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다. 부족할 거 없어 보이는 남자가 사랑에 있어서는 ‘을’이 되는 걸 마다하지 않다가 결국 눈물 흘리며 끝난 사랑을 목도하는 것, 잔인하리만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엇갈리는 감정의 기로 속 우즈는 어떨까



이상하잖아 예전과는 다른 tension
아닌척 마 너는 분명히 변했어
But I can't tell the truth, 네게

Oh why you make me crazy
너 진짜 내게 왜이래 make me bleed yeah
I'm so insane, 널 지워도 make me cry cry cry
- WAITING, WOODZ



ONLY LOVERS LEFT의 마지막 트랙이자 더블 타이틀 중 하나인 ‘WAITING’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 보고 있는 상대방을 기다리는 애처로운 노래다. 끝나버린 사랑에 절망하던 마음이 그를 향한 집착으로 변질되어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사람만을 기다린다. 우리는 누군가의 연애가 끝에 다다랐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려도 가슴 속에 남은 미련 때문에 이별하지 못하기도 한다. 미련과 사랑이 구분되지 않기도, 정이 들어서 그런 건지 이 사람이 밉다가도 함부로 헤어지자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 우즈는 널 기다리기 싫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슬퍼한다. 어쩌면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던 것 아닐까, 두 사람 모두에게 사랑은 남아 있지 않은데 정리가 되지 않아서 힘든 그런 상황을.



유난히 큰 시계 소리도
내 심장 소리에 묻히고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넌
- Touché (Feat. MOON), WOODZ



싱글 앨범 ‘SET’의 수록곡 중 이 글에서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은 마지막 트랙이다. 이 노래 속에서도 우즈는 훌쩍 다가온 이별을 단번에 수용하기 힘들어 하며 상대방에게 여러 차례 되묻는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고. 그러나 이 전에 소개한 우즈와는 달리 그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 고통 받으며 떠나려는 사랑을 붙잡지 않는다.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며 상대방에게 묻는 듯하지만 그는 사실 본인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건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우즈는 알고 있다. 왜냐면 상대방은 이제 우즈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하니까, 사랑 조차도. 넌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덤덤히 말하는 우즈는 결국 자신이 사랑하던 그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이라고 알려주지 못했다. 식어버린 대화의 온기와 상대방의 표정, 우즈의 헌신이 끝나야 할 순간이 왔다는 걸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안다.



사랑할수록 거창해지고, 지울수록 잔잔해지는 것. 우즈, 그가 하는 이별의 형태



난 이기적이고 네 맘 하나 모르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내 전부야
그래서 내가 더 아파하는 것 같아
넌 내게 어떤 사랑을 준거야
- Tide, WOODZ



세상에는 두 가지의 이별이 있다. 내가 그 사람을 잊지 못해서 그리움과 미련에 시달리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마음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고 지난 날의 추억 쯤으로 남겨두는 것. 사귀던 당시 감정의 차이, 고백을 뱉은 사람과 이별을 고한 사람의 차이, 과거의 아름다움 정도 등에 따라 누군가와는 영원한 이별에 성공하고 또 누군가는 밤마다 몽글몽글 떠오른다. 사랑에 진심인 우즈는 너무나도 다른 이 두 개의 이별에 모두 등장한다. 2번째 미니앨범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는 ‘Tide’는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들으면 안 되는 노래 1순위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노래는 시작부터 조용하고 슬픈 멜로디로 문을 연다. 밤이면 찾아오는 외로움, 그리움, 옛날의 내가 못된 사람이었던 거 같은 자책. ‘넌 내게 어떤 사랑을 준 거야’ 이 가사는 우즈가 지금껏 해왔을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게나 말이다. 대체 어떤 사랑을 받았고 대체 어떤 사랑을 주면서 살아왔을까.



넌 나 없이도 잘 살겠지
알아 나도 너처럼 네 사랑 따위 필요 없어
- 난 너 없이, WOODZ



그러나 Tide 와는 달리 널 다 잊었고 네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선언하는 이별도 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던 우즈가 ‘COLORFUL TRAUMA’로 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락 베이스의 ‘난 너 없이’는 3분 내내 나도 너 필요 없다며 소리 치는 귀엽고 유치한 우즈가 나온다. 오히려 상대방과 헤어졌으니 아플 일도, 슬플 일도 없어서 속이 후련하다는 듯 굴지만,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우즈는 그 사람을 조금도 잊지 못했다. 노래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후반부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절 하나가 있다. 바로 ‘no way, pls don’t go.’ 진정한 우즈의 속마음은 이 한 소절이었다. 실은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싶은 걸 센 척하며 가버리라고 외면한다. 사랑 앞에서 누구나 한없이 유순해지고, 약해지고, 유치해진다. 우즈는 그 모든 감정의 단계에 있어 최선을 다한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사랑에 임한다.



우린 참 아름다웠고 소중한 기억도 많아
고마워 날 많이 사랑했단 걸 알아
괜찮아
- 안녕이란 말도 함께, WOODZ



그렇기 때문에 나는 ‘COLORFUL TRAUMA’의 마지막 곡이 ‘안녕이란 말도 함께’라는 점에서 우즈의 뛰어난 구성력에 감탄해야 했다. 방금 전까지 난 너 없이에서는 잊지도 못 했으면서 잊을 수 있는 척 싸움을 걸어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상처와 행복,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를 모두 버린 채 지난 사랑을 가볍게 부는 바람 속에 날려보낸다. 어째서 이 앨범의 제목이 컬러풀 트라우마인지, 어떻게 트라우마가 다채로울 수 있으며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우즈에게 사랑은 어떻게 트라우마로 남고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이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즈는 트라우마로 남은 사랑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안녕이라고 서로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까지 함께 기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상대방을 잊으려고 발악하던 우즈는 이제 그에게 너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잊지 못해 괴로울 일도, 미련이 남아 그리울 일도 없으니까. 내가 당신 그 자체가 되겠다는 말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이별 통보 같다가도 동시에 꽤나 슬퍼진다. 그 말은 더 이상 당신이 보고 싶을 때마다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 다시는 찾아갈 일이 없다는 거니까. 이로써 우즈는 자신의 힘으로 사랑을 퍼붓고, 제대로 끝맺는 법을 아는 ‘프로 사랑꾼’이 되었다.



ONLY LOVERS LEFT



여러분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랑을 위해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걸 어디까지 들어줄 수 있을까. 사랑을 위해 필요한 건 밀당일까 직진일까. 미련을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추상적인 개념에 따라오는 의문들은 고리처럼 연결되어 끊어질 줄을 모른다. 나 역시도 진정한 사랑이 무엇을 가리키는 건지 모르고, 사랑이 과연 긍정적인 감정에 속하는지 의심했던 적도 있다. 사랑에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으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면, 더 이상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뮤직 플레이어를 켜 우즈의 트랙리스트를 펼쳐둔다. 나는 그의 사랑 방식이 부럽다.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해 이미 단단한 확신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에 표출할 수 있는 솔직한 마음들은 그를 더욱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때때로 외롭고, 어렵고, 척박한 세상 속에서는, 그의 앨범명처럼 ‘오직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살아 남는다.’



ps) 이 글을 완성하고 나서 우즈의 다섯 번째 미니 앨범 'OO-LI'가 발매됐다. 전체적으로 락스피릿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앨범의 장르도 '락(ROCK)'으로 분류된다. 락을 낭만적으로 풀어 나가는 강렬한 아티스트 우즈의 지난 사랑 이야기를 돌아볼 만한 글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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