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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Jan 29. 2021

상하이 화양연화

12월 첫날 상하이 날씨는 화창했다. 전날 늦은 저녁으로 든 국수 맛이 나름 미각에 각별했던지 아침에도 룸서비스로 국수를 시켜서 들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일본 나고야의 기*코를 로비에서 만나 위위엔(豫園)으로 향했다. 각자 일본과 북경으로의 항공편 시간까지 자투리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터였다.

70세라는 할머니에게 길을 묻는데 친절하게도 10여분 거리를 앞서 걸으며 위위엔 입구까지 안내해 주신다. 음료수 한 병을 사서 건네주니 한사코 거절하신다.

명나라 관료 반윤단이 부모를 위해 1559년에 착공해서 18년에 걸쳐 조성했다는 예원, 중국 역대 정원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칭송받는 이 정원은 한동안 피폐해졌던 것을 청나라 때 복구하는 등 부침을 거쳤다고 한다. 먼저 부근 성황묘를 시작으로 위위엔을 두어 시간 동안 둘러보았다.


비행 편 시간이 넉넉지 않은 기*코의 제의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하이의 대표적 명승지 중 하나인 롱화쓰(龍華寺) 한 곳을 더 둘러보고 그곳 경내 식당에서 소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세끼 연속 면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질리지 않는 것을 보면 국수나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곳 음식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텔로 돌아와서 그녀를 배웅하며 안전한 귀국을 기원했다.

호텔 맞은편 인민광장의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음악 분수와 지나는 행인들을 지켜보았다. 온통 대리석으로 치장된 공원의 보도블록과 주변의 건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물을 내뿜는 광장의 분수처럼 묘한 매력을 내뿜고 있다.


저녁 무렵 상하이꽌 장*초의 배려로 YMCA 호텔을 출발해서 푸동공항으로 이동했다. 탑승수속까지 마쳤지만 북경의 짙은 안개로 비행기가 취소되었단다. 중국 특유의 느리고 더딘 만만디 관행은 공항에서도 예외는 없어 연착은 일상적이지만 취소 사유가 '안개'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침 사무실 동료 쯔웨이도 홍차오(紅僑) 공항 발 북경행 비행 편이 같은 사정으로 취소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그처럼 다음날 오전 홍차오에서 출발하는 비행 편을 예약하고 셔틀버스 종착역 정안사(靜安寺) 맞은편 연안 호텔로 이동하여 그와 다시 만났다. 예기치 않게 상하이에서 하루를 더 묵게 되었다.

북경 수도공항을 자욱하게 뒤덮은 안개처럼 낡은 파일 속 상해 소주 항주에서의 날들이 아름답고 찬란했던 한 시절의 추억처럼 희미하고 아련하다.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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