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골을 떠나 북경에 온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었다. 그동안 나라의 큰 사건들을 무척 많이 보고 들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 마음에 작은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만일 그들 사건의 영향을 찾아 내 보라고 한다면, 그저 내 신경을 돋울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은 날이 갈수록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작은 사건만은 오히려 내게 커다란 의미를 갖다 주었고, 내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었다. 나는 지금도 그것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민국 6년 겨울, 북풍이 심하게 몰아치던 날의 일이었다. 나는 생계를 위한 일로 아침 일찍 외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거리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겨우 인력거를 한 대 붙들어 s문까지 가자고 했다.
조금 지나자 북풍이 웬만큼 수그러졌다. 거리의 먼지는 완전히 씻겨 날아가 버려 깨끗한 큰길만이 보였다. 인력거꾼의 발걸음도 차차 가벼워졌다. 곧 s문 앞에 닿으려 하는 참에, 갑자기 인력거 채에 누군가가 걸려 천천히 넘어졌다.
노파였다.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입고 있는 옷은 남루했다. 노파는 길가에서 갑자기 인력거 앞을 가로지르려 했던 것이다. 인력거꾼은 순간 키를 돌렸으나 솜이 삐죽이 터져 나온 노파의 조끼 단추가 채워져 있지 않아 바람에 펄럭여 인력거 채에 걸렸던 것이다.
인력거꾼이 걸음을 늦추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노파는 틀림없이 거꾸로 넘어져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렸을지도 모른다.
노파가 땅에 쓰러지자 인력거꾼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노파는 상처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보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왜 인력거꾼이 공연한 일을 만드나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 예정이 틀어질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자, 가지."
인력거꾼은 내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어쩌면 들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 채를 내려놓고 노파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었다.
"어떠세요?" "넘어져서 다쳤단 말이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천천히 넘어지는 것을 이 눈으로 분명히 보았어. 다쳤을 리가 없어. 정말 밉살스러운 노파로군. 인력거꾼은 공연히 사서 고생을 하고 싶어 하니, 뭐 제멋대로 하라지.'
인력거꾼은 노파의 말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팔을 붙든 채, 한 발 한 발 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쪽을 보니까, 거기에는 파출소가 있었다. 세찬 바람이 불고 있어 밖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인력거꾼은 노파를 부축하면서 그 파출소 정면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순간 일종의 야릇한 감동에 휩싸였다. 먼지투성이가 된 그의 뒷모습이 갑자기 커다랗게 느껴졌다. 그리고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점점 커져서 우러러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존재는 차차 엄청한 무게로 나를 압박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털가죽으로 안을 댄 내 웃옷 밑에 감춰져 있는 '비소 (卑小)'를 짜낼 것 같아졌다.
이때 나는 잠시 얼어붙은 것 같았다. 인력거에 탄 채 몸을 움직일 수도, 무얼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윽고 파출소에서 한 명의 경찰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비로소 인력거에서 내렸다. 경찰은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말했다.
"다른 인력거를 타시죠. 저 인력거꾼은 끌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나는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외투 주머니에서 동전을 한 주 먹 집어 순경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 인력거꾼에게......"
바람이 완전히 그쳐 있었다. 거리는 여전히 조용했다. 나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이 나 자신에 미치는 것을 스스로 몹시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전 일은 덮어 둔다 해도, 도대체 그 한 주먹의 동전은 무슨 뜻이었을까. 그에 대한 표창? 내가 인력거꾼을 심사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 사건은 내 몸에 새겨진 듯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 일로 인해 나는 계속 고통을 참고 자기 자신의 일을 돌이켜 보게끔 노력하게 되었다. 이 몇 년 사이의 '문치' 나 '무력' 들은 내게 있어서는 어린 시절 읽은 적이 있는 '자 가라사대, 시에 이르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 한 줄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이 사건만이 언제나 내 머리에 떠올랐고, 때로는 전보다 더 선명하게 떠올라 나를 부끄러움에 떨게 만들고 다시 또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 (192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