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카드 게임이다. 옛 골목을 지날 때면 서민들이 사는 집 열린 문 사이로 가족이나 이웃들끼리 모여 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의 화투 놀이는 명절 등 특별한 날 집 안에서 가족들끼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국인들은 공원, 집 앞 공터, 식당 등 장소나 때를 불문하고 카드놀이를 즐긴다. 예전 일이긴 하지만 중국 어느 공항의 국내선 출발 대기실 바닥에 모여 앉아서 떠들썩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카드놀이를 하던 중국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난주 상하이 센샤로(仙霞路)의 어느 국숫집에서 점심을 들고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을 한 바퀴 산책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보이는 남녀 노인 몇 분이서 공원 내 정자의 탁자 둘레에 모여 앉아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내 눈에는 중국인들의 카드놀이는 민화투를 비롯해서 육백, 삼봉, 도리짓고땡, 섰다, 고스톱 등 다양한 형식의 놀이가 있고, 인원수도 종류에 따라 2명에서 10명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우리의 화투에 비해 재미가 덜하고 밋밋해 보인다.
그렇지만 기실 카드 게임은 마작 등 다른 오락에 비해 놀이 도구가 간편하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지극히 소박한 서민적인 놀이이다. 은퇴하여 생업에서 물러난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는 소일거리로 제격인 셈이다.
공원에서 피리(笛子), 생(笙), 얼후(二胡), 위에친(月琴) 등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틀어 놓고 남녀가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모습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저들 중국 노인들의 저 모습도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는 시인의 시선을 비껴갈 수는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