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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May 17. 2022

내가 사는 세계

봉쇄된 마도(摩都) 상하이

새벽 갈증과 집적거리는 모기 녀석 때문에 달아난 잠이 몸을 집 밖으로 이끌었다. 새벽 시간 정원은 얼리 버드들의 세상이다. 이른 아침 나도 그들처럼 얼리 버드가 되어 보니 아파트 정원은 텅 빈 숲길을 내어준다.

하늘은 훤히 밝았지만 사방은 고요하고 인기척은 없다. 강남땅 이름 모를 새 한 쌍이 사이좋게 먹이를 쪼고, 발소리에 놀란 비둘기들이 날아오르고, 고양이가 화단 깊숙한 보금자리에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고, 마른 나뭇가지 하나는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이 시각에도 자연과 생태계는 살아 숨 쉬고 우주의 법칙은 변함이 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동편에 자리한 주민자치위 건물의 황금빛 돔은 황금성도黄金城道가 시작되는 동쪽 가장자리임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그쪽 굳게 잠긴 아파트 동쪽 철문 밖에 정차해 있는 택시 두 대가 보인다. 50여 일째 봉쇄된 도시의 급박한 일에 처한 시민의 발이 되기 위해 통행증을 발급받은 택시일 것이다.

한 바퀴에 400여 미터 아파트 안쪽 둘레를 다섯 바퀴를 달렸다. 하나 둘 주민들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떤 젊은이는 담배를 피우러 나왔고, 어떤 노파는 순백색 털이 고운 사모예드와 산책을 나왔다.

사람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과 방법은 참 다양하다. 어떤 노랫말처럼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잊은 채로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어떤 이는 남의 꿈을 뺏고 살기도 한다.

대개 어떤 사람의 삶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는 방식도 결정된다. 누군가는 남의 꿈을 뺏는 약육강식 '제로섬' 세계에 살고, 누군가는 서로의 꿈을 찾고 보듬어주는 '윈윈' 세계에 살고 있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어떤 세계이든지 그것은  당신 스스로 선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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