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 반경 잠이 깼다. 화장실에서 몸속 물을 비우고 생수로 마른 입을 축였다. 매일 유사한 시간에 반복되는 익숙한 패턴이다. 몸에 맞는 신발이나 옷, 서로 호의를 갖고 자주 얼굴을 부딪치는 사람, 단골식당이나 즐겨 찾는 아지트,... 이런 익숙한(Familiar) 것들은 가족(Family)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꽃샘추위까지는 아니지만 상하이의 봄날씨도 변덕스럽기는 한국과 마찬가지다. 낮에는 갑자기 여름이 찾아왔는가 싶다가도 저녁 공기는 제법 쌀쌀함이 느껴진다.
쑤저우 바이시엔호(白蚬湖)/아파트 앞 자목련
사무실 주변 목련, 매화, 수양버들
어제는 저녁을 든 후 조금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었다. 아파트 앞 공원의 자목련이 우아한 자태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난징동루(南京东路) 역에 내려서 와이탄(外滩) 주변을 두어 시간 쏘아 다녔다. 그 덕분인지 고단한 몸을 밤새 깊은 잠의 나라로 보낼 수 있었다.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연예인들이 마취성 수면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건망증이나 치매 현상도 퇴화되는 육체로 인해 무뎌지는 감각과 고통을 잠재우려는 무의식의 자발적 퇴행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을 손바닥 위 휴대폰 메모장에 두드리다 보니 날이 훤히 밝았고 눈동자는 쓰리다. 눈만 뜨지면 몸보다 먼저 뛰쳐 일어나려는 잡념들의 아우성을 잠재울 방도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