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 중 하나가 탈모가 아닐까 한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적 자연환경적 요인과 함께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에 따른 심적 압박 등 사회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도 지속되어 온 고도성장,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인구의 도시 집중, 경쟁 심화 등 급속한 현대화와 더불어 탈모 인구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탈모가 가장 우려되는 건강 문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초 현지 언론에 보도된 탈모 관련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중국 세관이 윈난성, 산동성, 허난성 등지에서 가발용 인모(人毛) 밀수 단속 작전을 실시하여 밀수조직 11개를 적발하고 관련 용의자 48명을 검거했다는 내용이었다. 적발된 밀수의 범칙 금액이 11억 위안으로 한화 약 2천 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건이다.
쿤밍 세관의 수사 관계자는 윈난성에 모발 산업이 거의 없는데도 산동성, 안우이성 등으로 인모와 가발이 담긴 택배가 많이 발송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밀수꾼들은 미얀마에서 구입한 인모를 차량 등에 숨겨 주로 야간에 조직적으로 국경을 통과하여 밀반입하였는데, 2017년부터 밀반입한 인모는 1,200톤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으로 밀수되는 인모의 산지는 주로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등인데, 밀수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고급 가발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인모의 국제 거래가격이 1kg당 220위엔이고 중국 내 가격이 940위엔 정도라고 하니 네 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Solomon Joseph의 <삼손과 데릴라>, 1887
중국 내 가발 제품의 주요 생산지는 허난성과 산동성으로 2019년 기준 시장 규모는 5년 전인 2014년 대비 230% 증가한 67.25억 위안이었고, 가발 제조업의 매출액도 2010년 132억 위안에서 2019년 277억 위안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약 17%에 해당하는 2.5억 명이 탈모 문제를 겪고 있고, 탈모가 중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건강 문제 중 7위(27%)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인모로 만든 가발의 총중량이 92톤에 달한다는 통계가 한국인도 탈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여러 가지 탈모치료제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탈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풍성한 머리카락을 갖기를 원하는 것은 머리털로 묘술을 부리는 머털도사나 긴 머리카락으로 괴력을 발하는 삼손의 얘기처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