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로 들어선 2021년 초 상하이로 건너가서 두 해 반을 머물렀다. 제국주의 침탈의 전초기지로 온갖 수난을 겪었던 이 도시가 그 때문에 서구의 근대 문물이 앞서 유입되어 20세기 초에는 ‘동양의 파리’라는 찬사를 듣게 된 것은 아이러니이다. 중국은 70년대 후반 시장경제로의 이행과 90년대 초에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그 중심에 있던 상하이는 오늘날 국제적인 경제, 금융, 무역, 항운 등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누군가는 "상하이를 보면 현재의 중국이 보이지만 상하이만 보면 중국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라고 했다. 도농 간 양극화와 계층 간 빈부격차의 심화 등 연안 도시 위주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이 야기한 많은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말이다.
오늘날 중국은 정보통신기술(ICT)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상생활에 접목된 데이터 정보와 신용 기반 정보통신기술은 현금거래를 사라지게 했고, 팬데믹 시기에는 코로나19 방역의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빅 데이터에 낱낱이 저장되는 개인의 일상 정보가 고스란히 당국의 통제 목적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예견한 '빅 브라더'가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오래도록 고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일상생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과 고통을 강요했다. 필자는 이삼일 주기의 핵산 검사, 이동통제, 도시 봉쇄 등 온갖 장애물을 뚫고 틈틈이 상하이 안팎으로 탈출(?)을 감행하여 온갖 역경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상하이 주변을 비롯해서 13개 성省, 30여 개 도시를 탐방할 수 있었다.
중국 각 지역은 근대 서구 열강의 침탈, 공산당 집권, 문화혁명 등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대륙을 무대로 장구한 역사를 이어온 민족답게 방대한 유물, 경이로운 유적, 독특한 문화 등 자랑거리들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미래를 짐작케 한다. 각지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이방인에게 친절과 미소에 인색하지 않은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세계 시민의 한 사람들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해 두 달간의 상하이 도시봉쇄 기간 중 펴낸『땀과 감흥에 젖은 중국 기행 』첫 편에 이어 귀국하여 두 번째 편을 엮어내게 된 것은 큰 기쁨이다. 때론 힘겹고 지친 여정이었지만 감흥 또한 적지 않았던 탐방 길을 동행하거나 응원해 주신 상하이의 펑여우 朋友 제위께 이 기회를 빌어서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땀에 젖으며 발품으로 기록한 중국 기행의 감흥을 함께 나누고자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바야흐로 계절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있다. _2023년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