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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고을의 겨울, 아침 바닷바람이 차갑다. 포항 호미곶 앞바다에서 20톤급 정치망 어선의 그물에 고래 한 마리가 어제 새벽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그물에 걸린 고래가 길이 5.81m 둘레 2.81m 크기의 암컷 밍크고래라고 확인했다.
고래를 불법 포획한 사람은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등 우리나라는 포경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포항 호미곶 부근 등지에서는 조업을 위해 내려놓은 그물에 의도치 않게 고래가 걸려서 죽는 사례, 즉 혼획(混獲)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해안가나 해상에서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즉시 해양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불법포획 흔적이 없고 밍크고래처럼 해양보호생물종에도 해당되지 않을 경우 해경은 ‘고래류 처리확인서’를 발급하고, 선주는 혼획된 고래를 위판 거래할 수 있다. 언론은 이번에 혼획된 밍크고래는 8,100만 원에 위판되었다고 덧붙였다.
고기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에 걸려서 죽은 고래를 흔히들 '바다의 로또'라고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등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 법으로는 포경을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치 않게 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으면 위판을 통해 뜻하지 않은(?) 목돈을 합법적으로 손에 쥘 수 있으니 '로또'에 비유할 법도 하다. 바다 한 곳에 그물을 쳐 놓고 지나는 고기떼를 잡는 정치망(定置網)에 걸린 고래는 '의도치 않게 포획된 '스스로 굴러 들어온 행운인 셈이다.
지난해 8월 말경에는 포항해양경찰서가 항공기까지 동원한 작전을 통해 불법 고래 포획 2개 조직, 일당 55명을 일망타진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들 일당이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는 17마리, 시가 약 16억 원 상당으로, 포경선 6척과 운반선 3척으로 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육지로 운반하여 고래고기 전문식당 등에 공급해 왔다고 한다.
해경은 수상한 배가 항구로 드나든다는 첩보에 따라, 지난해 6월 포항 양포항에 잠복 중 잘게 해체되어 94자루에 담겨 운반선에서 차량으로 옮기던 밍크고래를 적발했다. 그 해 7월 말에는 항공기를 띄워 구룡포항 동쪽 18.5 km 지점 해상에서 작살로 찔러 잡은 고래를 갑판으로 끌어올리는 포획선 1척을 발견하고, 1시간 여의 추적 끝에 도주하던 불법 포경선을 붙잡기도 했다. 소박한 '바다의 로또'의 꿈을 넘어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법의 취지대로라면 혼획된 고래의 위판 수익은 고래 등 보전가치가 있는 해양 수산물 보호를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것이 마땅하지 싶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혼획된 고래는 거친 바다를 터전 삼아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다가 어쩌다 한 번씩 베풀어 주는 '로또' 같은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포항으로 발령받아 내려온 후 직원들로부터 포항 시내 육거리 인근에 1등에 여섯 번이나 당첨된 로또 판매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 전에 그 복권 판매점은 "로또 명당 1등 8번, 2등 43번 당첨!"이라는 플래카드를 새로 내걸었다고 한다.
로또 당첨, 그것도 1등 당첨 확률이 몇 백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터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기 마련이다. 언제 그 육거리 부근을 지날 일이 있으면, 영험(?)하다는 그 로또 판매점에 들러 봐야겠다. 복권 발행의 본 목적이 "국민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라는 <복권 및 복권 기금법>의 취지를 한 번쯤 되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