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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Jun 01. 2024

차귀도와 카멜리아 힐

제주도 차귀도

지난 일주일 천안 인재개발원에 이어 제주 교육관에서 일주일 간의 '미래 설계 과정'교육이 시작되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제주에 도착한 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민오름, 용머리 해변, 사라봉 일몰 등을 둘러보고 체험하는 부지런을 떨었다. 다른 교육생들도 부지런하기는 마찬가지라 매일 아침에 전날 저녁에 둘러본 곳들에 대해 얘기꽃을 피우곤 하는 모습들이다.


교육 삼일 째 되는 날은 차귀도와 '카멜리아 힐(Camellia hill)'로의 필드트립 일정이다. 오늘도 제주의 아침 공기는 상쾌하다. 오전 9시 교육관 앞에서 일행과 함께 버스에 탑승하고 차귀도로 출발했다. 차귀도는 제주 섬 서쪽에 위치한 섬 속의 섬이다. 제주에서 차귀도로 들어가는 선착장까지는 대략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제주시 서남쪽 차귀도로 향하는 서부관광도로는 제주도 횡단도로 중 고도가 가장 낮은 도로로 한일월드컵이 개최된 2002년경 제주와 서귀포를 연결하기 위해 개통되었다고 한다.


버스 운전과 가이드 외에도 다른 일을 한다는 자칭 멀티플레이어 기사분이 왼쪽으로 한라산 오른쪽으로 비양도가 보인다고 안내한다. 방금 지나친 새별오름 부근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들불축제가 열리고, 제주도에는 산, 오름, 봉 등이 총 368개가 있다고도 했다.

자구내 포구에 널린 오징어
남송이 오름과 금계국/차귀도
차귀도 바다 낚시꾼

얼마간 고도를 한 낮추며 달리던 버스는 동광 IC에서 '신화역사로'로 내려서서 서쪽 해변을 향해 달린다. 어떤 일행은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제주의 독특한 풍광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고, 어떤 일행은 스피커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사랑아 사랑아', '광화문 연가' 등 귀에 익은 노래 연주곡의 가사를 음미하며 지나온 길을 회상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남송이 오름 가장자리에는 넓고 가지런한 차밭이 자리하고 길가에는 샛노란 금계국이 만발했다. '큰엉곶 마을' 표지석이 보이자 검고 작은 구멍이 숭숭한 제주 특유의 현무암 돌로 쌓은 돌담이 많이 눈에 띈다.


자구내 마을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니 코앞에 차귀도가 푸른 하늘과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펼쳐 보이고 있다. 방파제 주위에 늘어선 건어물점과 줄에 길게 널어둔 오징어 등 주변을 둘러보다가 10시 반에 배에 올랐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던 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 차귀도 선착장에 닿았고 스무대여섯 명의 승객을 섬 선착장에 내려놓았다.


차귀도(遮歸島)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딸린 죽도, 지실이 섬, 와도 등 세 섬과 작은 부속섬으로 구성된 면적 0.16㎢의 도서로 자구내 마을에서 지척 거리에 위치한 무인도이다. 이 섬의 특이한 이름에는 한라산의 수호신 섬의 지맥과 수맥을 끊고 돌아가려던 송나라 푸저우 사람 호종단(胡宗旦)의 배를 가라앉혀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섬 가장자리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섬 가운데는 키 낮은 초목류가 온통 녹음을 펼친 평지이다. 작은 섬은 시누대, 들가시나무, 곰솔, 돈나무 등 13종의 수목과 도깨비고비, 해녀콩  갯쑥부쟁이, 천무동 등 62종의 초본류 등 총 82종의 특이 식물이 서식하는 보고라고 한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펼치는 시시각각 다른 풍경에 연신 감탄하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차귀도 가장자리 해안을 따라 하얀 등대 쪽을 향해 시계방향으로 걸었다. 우리 교육생 일행은 '미래 설계'의 무거운 주제는 까맣게 내려놓고 저마다 삼삼오오 자유롭게 걸으며 곧 나설 관문에서의 마지막 순간들을 사진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차귀도 죽도등대


제주도의 3대 낚시 포인트 중 하나라고 소개하던 멀티플레이어 기사님 말처럼 섬 곳곳 갯바위 위에는 낚시꾼들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 섬 주변 바다는 수심이 깊어 참돔, 돌돔, 혹돔, 벤자리, 자바리 등 생소한 이름의 어족이 풍부하다고 한다. 자구내 마을 부둣가에 널려있던 오징어는 제주도 특산이라는 화살오징어였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 일행은 섬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등대 앞에 모여 관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 소풍의 단체사진을 남겼다. 주어진 섬에서의 한 시간은 금세 흘러갔고 다시 일행을 태운 배는 섬을 뒤로하고 모항으로 향했다.


대장읍 모슬포항 부근 대형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꽃게, 전복 등이 든 해물탕은 기대와는 달리 밋밋한 국물에 별다른 맛이 없었지만 식후 커피 머신에서 뽑아 든 달짝지근한 커피 한 잔으로 실망감을 헹구어 냈다.


다음 행선지는 '까멜리아 힐(Camellia hill)'이다. 차창 밖으로 이 지역 대표 생산물 중 하나라는 '마농' 즉 마늘을 재배하는 밭에서 수확을 하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기도 한다. 메밀밭이 제주 시내 부근에서 자주 눈에 띄어 의아했는데, 제주가 전국 메밀 생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멀티플레이어 기사분의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갔다.


밀감밭을 갈아엎고 심은 동백(까멜리아)이 눈 덮인 한라산 설경을 배경으로 빨간 꽃을 피운 모습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더란다. 동백철이 지난 때라 그 이름과는 달리 '까멜리아 힐'은 동백꽅 대신에 각양각색으로 만개한 수국이 관람로 주변을 온통 차지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될 때 피기 시작해서 장마가 그칠 때까지가 전성기라는 수국, 화분에 담긴 것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온실에서 개화된 것을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인다.

까멜리아 힐의 수국과 가드너
제주 상여오름 부근에서의 일몰(우)

코로나로 한때 중단되었던 수학여행이 재개되어 고교생들로 붐비는 동백 언덕은 화사한 수국과 생기발랄한 젊음으로 가득 찼고, 덩달아 우리들도 젊었던 옛날로 돌아간 듯 한껏 부푼 마음으로 꽃과 젊음 사이를 느릿느릿 유영했다.


일행과 함께 흑돼지오겹살에 반주를 더하여 오붓한 저녁을 들었다. 서로 안면이 없던 교육생들과도 스스럼없는 한껏 가까운 친구가 된 듯하다. 식사 후 몇몇 일행과 함께 상여오름 둘레를 한 바퀴 돌아서 숙소로 돌아왔다.


교육은 이제 이틀이 남았다. 내일 일과 후에 둘러볼 새로운 곳을 물색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퇴직 후에도 새로운 어드벤처를 찾아서 경험하는 마음 설레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2의 인생을 향해 새로운 항해를 앞둔 동료들 모두 하고 달콤한 제주의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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