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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Jul 15. 2024

총과 칼

같은 물이 젖이 되고 독도 되는 세상사

최근에 네팔의 전통 생활용품이자 무기로서 외국인들에겐 기념품으로도 판매되는 짧은 칼인 쿠크리를 공항에서 압수? 당했다는 어느 SNS유저의 하소연을 접했다. 새총을 사용한 아파트 유리창 파손 사건과 차량 유리창 파손 절도사건이 연이어 텔레비전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또 불법 개조하여 파괴력을 높인 서바이벌 게임용 소총이 사람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놀아 보았을 새총이나 장난감 총이 주인을 잘못 만나서 기물(器物)을 파손하거나 절도(竊盜) 등 범죄에 사용되고, 심지어는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새총 소지를 금지할 뚜렷한 법규가 없는 실정이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젖이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나 유익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사물이라도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백해무익하거나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와 외국 간에 온갖 물품이 드나드는 국제공항이나 항만 등 관세국경에서는 반출입이 금지되거나 국내로 반입하고자 할 때 해당 관청의 수입허가서 제출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 물품들이 있다. 이로 인해 여행자와 세관원 간에 종종 실랑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줄어든 사례이긴 하지만 한때는 해외여행객들이 귀국하면서 많이 가져오던 대표적인 물품 가운데 하나가 ‘칼(刀)’이다. 중동이나 터키, 중국 등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중 다수가 장식용 칼을 하나쯤 기념품으로 구입해 가져오곤 했다. 이처럼 칼을 소지하고 입국할 때에는 문제가 생기기 일쑤다. ‘도검(刀劍)’으로 분류되는 칼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지방경찰청장이 발급한 허가서를 제출해야만 반입이 가능하다고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의 비행으로 지치고 피곤한 여행자들은 뜬금없는 ‘도검’에 대한 법리해석을 둘러싸고 세관원과의 실랑이로 인해 피로(疲勞)는 가중될 터이고, 그 논쟁은 승산 없이 끝나기 마련이다. 또 유치(留置)를 당한 ‘도검’을 찾기 위해 거주지 관할 경찰청을 방문해서 반입허가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 찾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항의 세관 유치창고에는 각종 외국산 도검과 모의 총포들이 그득 쌓여 있기 마련이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르면, 도검이란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이상인 칼·검·창·치도(雉刀)·비수 등으로서 성질상 흉기로 쓰이는 것과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미만이라 할지라도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뚜렷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월도, 장도, 단도, 검, 창, 치도, 비수 등 생소한 이름의 칼들과 칼날 길이 6센티미터 이상의 재크나이프 등이 도검에 해당된다.


또 ‘칼끝이 둥글고 날이 서있지 아니하여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없는 것은 도검에 해당되지 않는다.’ 고도 명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애매모호하여 물건을 가져오는 여행자와 법을 집행하는 세관원 사이에 법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식칼이나 농기구인 낫, 쇠스랑 등이 ‘도검’ 보다 더 위험한 물건일 수도 있고, 소위 맥가이버 칼과 같은 다용도 칼이 ‘도검’에 해당하는 재크나이프 보다 덜 위험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런 문제로 우리나라 국제공항에서는 앞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논쟁이 끊이지 않을 터이다.


법(法)이 시대를 앞서 갈 이야 만무하겠지만, 그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뒤처지면 국가 구성원으로부터 법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그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나 국민들 모두가 힘들고 피곤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나라의 관문 World best Korea Customs에서는 시대에 뒤처져도 한참은 뒤처진 '도검' 관련 법규의 잣대를 두고 여행자와 세관원이 얼굴을 붉히고 있을지도 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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