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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Aug 20. 2020

사막여우가 한국에 온 까닭은?

관문에 부는 바람소리(II)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코끼리, 하마, 기린, 사자, 얼룩말 등 야생동물들의 천국 황게(Hwange) 국립공원이 다. 사자 '세실(Cecil)'은 이 공원의 명물로 짐바브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고 다.


2015년 8월 세실이 소위 '트로피 헌터'에게 공원 밖으로 유인되어 도륙당했다는 뉴스는 전리품 사냥의 잔학성을 지탄하는 목소리로 전 세계가 들끓게 했었다. 사실 ‘세실’의 얘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상아나 뿔을 노린 무차별적인 코끼리와 코뿔소 사냥, 샥스핀을 얻기 위한 잔인한 상어 포획 등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학행위가 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북부 사막지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사막여우 스무여 마리를 수단으로부터 밀수하려던 일당이 인천세관에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애완동물 판매업자가 사막여우를 비교적 수입이 자유로운 품종 인양 허위로 신고하여 국내로 반입하려던 것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밀반입된 여우가 거의 다 폐사하고 중 겨우 너 댓 마리만 살아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업자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개설해 놓고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는 각종 외국산 야생동물들을 불법으로 들여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아 있는 원숭이, 앵무새, 야생조류 수정란 등을 여행용 가방 등에 숨겨서 몰래 국내로 반입하려다가 공항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다. 반려동물이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앵무새, 거미, 도마뱀, 거북, 원숭이 등 먼 이국땅에서나 서식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수난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막여우를 비롯해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즉 CITES 협약 해당 동물들은 국내 생태계 교란 우려 등의 이유로 수입을 불허하고 다. 그럼에도 일단 국내로 들여오면 비싼 값으로 되팔 수 있기 때문에 밀수가 끊이지 않는다.


사막여우의 사례처럼 외국에서 밀수되는 동물들은 세관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낼 수 없도록 포박해 오기 마련인데, 이동 거리가 멀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반입 도중에 폐사하는 일도 다반사다.


'쓸 만한 나무가 먼저 베이고, 재주 많고 아름다운 사람이 박명(薄命) 하다'는 옛 속담이 비단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도 예외가 없으니 안타깝다. 자연 속에서 야생의 삶을 누려야 할 예쁘고 깜찍하고 우아한 야생 동물들이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거나 좁은 우리 속에 갇혀 원시의 자유로운 삶을 박탈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을 곱씹어 볼 일이다. 끝.


* CITES :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의 약자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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