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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Jul 21. 2024

정원을 집 안으로 들이다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지평

농촌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서 한 때 서울의 달동네 주민이 되기도 했다. 결혼 이후 줄곧 시작된 아파트 생활이 30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이나 도시 근교로 이주를 꿈꾸기도 하지만 막상 결행하기는 쉽지가 않다. 칠 년 전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도 아파트인데 처음으로 1층에 거주하게 되었다.


아파트 1층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서 타지 않고 빠르게 출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이와 더불어 창밖 화단은 마치 우리 집에 딸린 정원처럼 때때로 잎새를 틔우고 꽃을 피우는 초목과 이따금씩 날아오는 새들의 노래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장마가 잠시 주춤한 지금 한 때 정원에서 맹렬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고막을 때리며 가슴까지 시리게 한다.


다만 한 가지, 넓고 투명한 베란다 유리창으로 인해 실내가 외부의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한여름에도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야 한다는 점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다. 고심 끝이 내린 결론은 바깥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 시트지를 창문에 붙이는 것이었다. 쿠*에 주문한 시트지가 예상보다 빨리 배송되어 왔다. 아내와 함께 창문을 깨끗이 닦고 1 ×1m 창문 둘, 1 ×2m 창문 하나에 물을 뿌려 시트지를 붙였다.


커튼을 걷어 젖히니 창밖으로 화단과 그 너머 풍경까지 시원스레 창 안으로 들어온다.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주와 한반도 남부로 크게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이 된 듯 기분이 뿌듯하다. 때로 발상을 전환하거나 시각을 달리해 보면 눈앞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도 한다. 세계 여러 나라 및 경제권과 공격적으로 FTA를 체결하며 경제영토를 넓히기에 분주했던 가 떠오른다.


[장산의 억새밭과 FTA 시대의 생존전략]

얼마 전 한 언론보도에서 부산의 명소인 해운대 장산에 동물과 사람에게 알레르기 등 피해를 주는 도깨비가지, 미국쑥부쟁이와 같은 외래식물이 억새밭을 잠식하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어, 부산시가 이들 외래식물 제거와 토착 산림생태계 복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우리 땅에 뿌리내리고 삶의 터전을 굳건히 지켜오던 토종 식물이 외래 식물과의 경쟁에서 밀려 안방을 내어 주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자연의 섭리와 마찬가지로 한 국가도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국제환경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도태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WTO 체제하의 다자주의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써 급속히 번져가고 있는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과 같은 국제경제의 지역주의(Regionalism) 흐름은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고 하겠다.   


최근까지 전 세계적으로 체결된 FTA 등 지역무역협정은 300여 건에 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역 및 시장 확대를 통하여 상호 경제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양자협정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 and Trade;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틀로 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 협력체제인 WTO는 회원국 상호 간 상품 교역 시 무차별호혜대우(MFN; Most Favored Nations)를 원칙으로 하는 반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지역주의(Regionalism)는 양 당사국 또는 협정가입국 상호 간 역내산 상품에 대하여 비역내산 물품과 차별적으로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낮추거나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 부존자원은 빈약한 반면, 높은 기술력과 양질의 인적자원이 풍부하여 이를 십분 활용하여 해외로부터 원료를 수입하고 제품을 가공 생산한 후 외국으로 수출하는 전형적인 가공무역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국제교역환경의 변화에 귀를 막고 있을 수 없는 처지이다. 국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80%에 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부분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을 무역 확대를 통한 경제적 효익의 창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우리 정부는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싱가포르, 한-EFTA, 한-아세안, 한-EU, 한-페루 등 각 대륙별 거점국가 및 거대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고, 단일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도 FTA를 타결하고 조속한 발효를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FTA는 체결만 되면 체약국 상호 간 모든 수출입 물품에 대하여 저절로 관세율이 인하 또는 철폐가 되어 우리 수출기업들이 그 과실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FTA는 공짜가 아니다. 그 요건을 충족해야만 공짜다.(FTA is not Free, conditionally free when you comply with the rule.)"라는 말처럼,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역내 원산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FTA 집행 전담기관으로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 및 발효되고 있는 FTA 무역환경에 신속히 적응하여 수출증대 등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맞춤형 FTA 컨설팅, FTA활용 설명회 개최, 원산지관리능력 배양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일 자로 발효된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거대 단일경제권인 EU와의 FTA에서는 '인증수출자(approved exporter)' 규정을 두어, 수출국 관세당국이 원산지요건을 충족하고 원산지 관리능력이 있다고 인증한 수출자만이 FTA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우리 청은 인증수출자 지정을 통한 FTA 활용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 한-EU FTA 발효 이전에 국내 전체 對EU 수출기업의 80% 이상을 인증수출자로 지정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FTA 교역이 늘어나면서 체약국들로부터 원산지 사후검증 요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비하여 우리 청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원산지 요건 충족여부에 대한 사전검증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우리 기업들이 FTA 교역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지원행정을 펴고 있다.


일부 학자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은 진정한 의미에서 FTA가 아니라 PTA(Preferential Trade Agreement) 일뿐이다”라는 주장처럼 자유무역협정은 체약국과 非체약국에 대해서 차별적인 특혜를 적용하는 협정이다. 더더군다나 FTA는 체결만 하면 모든 수출입기업들이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증수출자 지정, 원산지요건 충족 등 준비된 자들만이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FTA라는 새로운 국제교역 환경변화에 따른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를 되뇌어 보면서, 장산의 외래식물 퇴치사업이 효과를 거두어서 낭만이 깃든 억새밭 길이 오래도록 부산시민의 휴식처로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2011-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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