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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은퇴자의 자산과 수입

by 라온재

은퇴 후 삶을 결정짓는 두 가지 키워드는 자산과 수입입니다. 같은 60대라도 누구는 여유롭게 살고, 누구는 생계 걱정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은퇴자들의 자산과 수입 구조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한국 은퇴자, 부동산에 몰린 자산


한국 은퇴자들의 자산은 한마디로 집에 묶여 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한국 은퇴 가구(60세 이상)의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80%에 달합니다. 현금성 자산이나 금융자산은 20-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집값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자산은 많지만 소득은 부족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은퇴자들은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까지 안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 은퇴자, 금융자산과 연금이 중심


반면 미국 은퇴자들의 자산 구성은 훨씬 다양하고 유동적입니다. 미국 가구의 평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약 30-40% 수준이며, 나머지는 금융자산(주식, 채권, 펀드 등)과 퇴직연금(401k, IRA 등)이 차지합니다. 미국에서는 젊을 때부터 은퇴 자산을 준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401(k)와 같은 퇴직연금 플랜을 제공하고, 개인적으로는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등을 통해 꾸준히 투자합니다. 이런 자산들이 은퇴 후 주요 생활비 수단이 됩니다.


수입의 구조: 한국은 국민연금 + 부동산 임대, 미국은 SSA + 투자수익


한국 은퇴자의 주된 소득원은 국민연금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이 60-70만원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수입이나 자녀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퇴직금이나 은행 예적금 이자를 생활비로 씁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 이후 이자 수익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미국 은퇴자들은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을 기본 소득원으로 삼고, 여기에 퇴직연금(401k, IRA) 에서 인출하는 자금과 투자 수익(주식 배당금, 채권 이자) 을 더해 은퇴 자금을 마련합니다. 고령 은퇴자의 경우, 집을 처분하거나 리버스 모기지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즉, 한국은 ’고정 자산(부동산)’에 기대는 반면, 미국은 ‘금융 자산과 투자’를 통한 현금 흐름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일하는 은퇴자: 생계형 vs 선택형


한국과 미국 모두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하는 시니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은퇴자들의 재취업이 생계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월세 수입이나 연금만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마트, 경비, 택배 등 저임금 일자리를 찾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낮고, 은퇴 준비가 부족했던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 은퇴자들의 경제활동은 자발적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생계를 위한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살린 파트타임, 컨설팅, 자원봉사 등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두 나라의 차이는 자산의 유동성과 수익 창출 구조 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은퇴자는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이를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퇴 후 소득 불안에 시달립니다. 반면 미국 은퇴자는 금융자산과 연금 등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은퇴 생활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최근 다운사이징(집을 줄여 현금 확보), 퇴직연금 DC형 확대, 개인연금 활성화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식 포트폴리오 관리 개념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결론.


한국이든 미국이든, 은퇴 이후의 삶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는 얼마나 지속 가능한 수입 흐름을 만들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몰린 자산을 어떻게 유동화할 것인지, 금융자산을 어떻게 운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인지, 은퇴 후에도 스스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제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은퇴는 소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득을 설계하는 기술입니다. 그 점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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