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연금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 한국에는 국민연금이 있고, 미국에는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이 있습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뿌리와 구조, 혜택은 상당히 다릅니다. 오늘은 이 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려 합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비교적 역사가 짧습니다. 1988년 처음 시행됐고, 그때만 해도 대기업 근로자 위주였습니다. 이후 농어민, 자영업자까지 확대됐지만, 국민 전체를 포괄하는 제도로 자리 잡은 건 2000년대 이후입니다. 반면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SA)은 1935년 대공황 시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도입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초의 사회복지제도였죠. 당시에는 빈곤층 노인을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 국민 대상의 노후 소득 보장 체계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국민연금과 미국 SSA 모두 소득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은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사업주와 근로자가 4.5%씩 나누어 부담합니다. 자영업자는 본인이 전액 부담하죠.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인해 내년부터 8년간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되어 2033년에는 13%가 될 예정이다. 미국도 비슷합니다. 급여의 12.4%를 FICA 세금(Social Security Tax)으로 내며, 사업주와 근로자가 6.2%씩 부담합니다. 자영업자는 12.4%를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미국은 Social Security 외에도 메디케어(1.45%) 를 함께 부과합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부담률은 더 높아집니다.
미국에서는 62세부터 사회보장연금을 조기 수령할 수 있지만, 정액을 다 받으려면 66~67세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70세까지 수령을 미루면 월 수령액이 최대 32%까지 늘어나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수령 시기와 액수가 달라집니다. 한국 국민연금은 60세부터 수령이 가능했고, 점차 수령 연령을 늦춰 2033년부터는 65세가 됩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령 시기를 조정해 금액을 유동적으로 늘리는 구조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은 근로 기간 중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35년간의 소득 평균을 반영하며, 소득이 높을수록 연금액도 늘어납니다. 다만 부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Progressive Benefit Formula)로 설계돼 있어 저소득층에게 유리합니다. 2024년 기준, 평균 월 수령액은 약 1,900~2,000달러 수준입니다. 한국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과 납부액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소득 재분배 기능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내가 낸 만큼 받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다만 보험료 납부 기간이 짧거나 소득이 낮았던 이들은 수령액이 매우 적습니다. 2024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0만~70만원 수준입니다. 소득 대체율도 과거 70%에서 현재는 40% 이하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전망입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납부자는 줄고 수령자는 늘어나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미국은 2034년경 현재의 사회보장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세입으로 연금은 지급되지만, 현재 수령액의 70~80% 수준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꾸준히 보험료 인상, 수령 시기 조정, 고소득층 감액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경 고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료 인상, 수급 연령 상향, 소득대체율 조정 등 다양한 개혁안이 논의 중이지만 사회적 합의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SSA는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안전망의 성격이 강합니다.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질은 같지만, 아직까지는 국민 개개인이 다른 대안(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없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하기엔 부족한 수준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이 체감하는 신뢰도입니다. 미국은 SSA 외에도 401(k), IRA 등 다양한 은퇴 준비 수단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고, 국민연금 하나에만 기대지 않습니다. 한국도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활성화가 점차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민연금 하나로 노후를 대비하기에는 아직 불안한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사회보장연금과 한국 국민연금, 그 구조는 닮은 듯 다르고, 목적도 같지만 상황은 다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가지입니다. 국가가 주는 연금만으로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 노후는 스스로 준비하는 시대입니다. 국민연금이든 사회보장연금이든, 그것은 든든한 기본 바탕일 뿐입니다. 그 위에 자신만의 은퇴 준비 전략을 쌓아야 진정한 노후의 안전이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