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아빠 사용법

by 라온재

사랑하는 딸, 아들에게,

요즘 아빠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든 아빠와 너희가 앞으로 어떻게 지낼까?
나는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까, 너희는 나를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까?

그래서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나이 든 아빠 사용법이라는 제목으로 너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부담 갖지 말고, 그냥 한 번 읽어봐 줬으면 한다.


아빠는 이제 통제자가 아니다


예전엔 아빠가 너희에게 많은 걸 가르치고 알려줬다.
때론 엄하게, 때론 꼰대처럼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지났다.
이제는 너희가 스스로 살아가고,
아빠는 옆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후원자 역할을 하고 싶다.

다만, 가끔 조언 비슷한 걸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무시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고,
아빠 말도 일리가 있네 한마디 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아빠에겐 참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질 거다.


아빠는 작은 부탁을 좋아한다


너희가 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거 아는데,
가끔 아빠한테 이거 같이 해요, 아빠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해주면 좋겠다.
별 거창한 게 아니라도 된다.
컴퓨터 좀 봐달라든지, 같이 시장 가자든지.
그런 사소한 부탁이 아빠한텐 내가 아직 너희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게 아빠에겐 큰 행복이다.


연락은 짧고 자주, 어렵지 않게


아빠는 자주 연락을 바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아빠 잘 지내시죠?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요 같은 짧은 메시지가 보고 싶다.
그게 큰 안부고, 큰 위로다.

너희는 바쁘고 아빠는 느릿하겠지만,
짧고 가벼운 대화들이 우리 사이를 더 가깝게 해줄 거다.


아빠의 옛날 이야기도 그냥 한 번 들어봐 줘


아빠가 옛날 얘기를 하면
또 그 얘기냐 싶을 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아빠가 살아온 방식,
아빠 인생의 자랑스러운 순간들이다.
그냥 한 번 들어주고,
그때 멋지셨겠네요 한마디 해주면 아빠는 속으로 뿌듯해한다.
그게 큰 위로고,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사랑은 표현하는 거다


가족이라서, 특히 아빠와 자식 사이는
괜히 사랑해요 같은 말이 어색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그런 말이 더 절실해진다.

가끔은
아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아빠가 항상 든든했어요.
이런 말 한마디가 아빠에게는 정말 큰 힘이다.

아빠도 자주 말하진 않았지만,
늘 너희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마무리


너희 인생은 너희가 살아가는 거고,
아빠는 이제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너희가 먼저 다가와서
아빠, 같이 가요.
아빠, 잘 지내시죠?
라고 해주면,
아빠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이게 바로 나이 든 아빠 사용법이다.

사랑한다.
그리고 언제나 너희를 믿고 응원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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