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으로 바라본 전략적 이혼
황혼이혼, 즉 오랜 결혼 생활 끝에 맞이하는 이혼은 일반적으로 자산 분할, 연금 분할, 그리고 노후의 불안정성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손해를 보는 선택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고, 재정적으로도 여유롭지 않다면 더욱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서 생각해보면, 이혼 자체가 손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30년 이상을 부부로 함께 살아온 뒤에도 남은 30년 인생을 내 삶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질 수 있다. 이제까지는 가족과 배우자를 위해 헌신했다면, 앞으로는 나를 위한 삶, 나의 욕망과 행복을 온전히 추구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황혼이혼은 새로운 인생 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더 흥미롭다. 첫째, 은퇴 직전에 집을 매도하여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둘째, 이혼 후 혼자 남게 되면 남은 근로 기간 동안 버는 수입을 오롯이 나만의 노후자금으로 저축할 수 있다. 만약 5년, 더 길게는 7~8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기간 동안 극대화된 저축과 투자로 나만의 안정된 은퇴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은 자녀 교육, 배우자 부양 등 외부의 경제적 책임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한 준비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다.
이 전략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살아 생전에는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결심이다. 즉, 자녀가 성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면, 결혼비용이나 주거 지원 등은 더 이상 부담하지 않는다. 그 대신 본인의 노후와 건강, 여유 있는 삶을 우선순위에 둔다. 이런 기준이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리 이혼으로 자산을 분리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해도 다시 자녀를 위한 희생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많은 은퇴 세대가 자녀의 결혼, 주거 지원, 손주 돌봄 등으로 본인의 노후 자금을 소진한다. 결국 남는 것은 빈약한 노후와 외로움, 그리고 후회다. 내가 조금만 더 내 삶을 챙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 전에, 아예 일찍부터 나를 위한 설계를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황혼이혼의 또 다른 전제는 심리적 독립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와의 이별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자녀가 독립한 뒤에도 부모로서,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내려놓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설계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시간과 돈의 균형을 나를 중심에 놓고 다시 맞춰야 한다.
정리하면, 황혼이혼이 손해만 보는 은퇴 전략이 아니라, 오히려 최소한 5년, 최대 10년의 홀로서기 시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 동안 오롯이 나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전략이 누구에게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각자의 가족 구조, 자산 규모, 심리적 준비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인생’에 대한 명확한 자기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황혼이혼의 역발상. 그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남은 인생을 여전히 남을 위해 살 것인가, 아니면 내 행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설계할 것인가.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때로는 이 과감한 선택이 새로운 행복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의 가치가 더 소중해진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