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2월, 은퇴자의 새 여행은 덴버에서 시작된다. 한국에서 4개월 가을 여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콜로라도 덴버로 향한다. 은퇴후 한국을 방문할때 덴버에서 겨울 스키여행을 시작할 계획으로 네비게이터를 덴버에 보관했다. 첫 목적지는 콜로라도의 스키 타운. 이곳에서 나는 한 달 남짓 머무르며 에픽패스의 진짜 가치를 누릴 생각이다. 에픽패스는 미국의 스키장 20여곳과 캐나다의 휘슬러 블랙콤의 시즌내 자유이용권이다.
처음에는 스키에 다시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만에 다시 신는 부츠, 손에 쥐는 폴. 체력도 감도 예전만 못하겠지만, 콜로라도의 잘 정비된 초급 슬로프와 친절한 레슨 프로그램이 나를 기다린다. 처음 1-2주는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을 생각이다.
무엇보다, 스키는 실력이 아닌 즐거움으로 타는 나이임을 마음속에 새긴다. 다리힘을 길러야 한다.
이번 겨울 스키 여행의 핵심은 한 곳에 천천히 머물기다. 호텔 대신 주방이 딸린 레지던스나 콘도를 구해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오전에는 스키를 타고, 오후엔 숙소에서 간단한 요리로 식사를 준비한다. 스키장의 레스토랑은 여행의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만 이용할 생각이다.
이런 생활은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건강한 식생활, 또 하나는 여유로운 경제성이다. 직접 만든 간단한 그릭요거크와 블루베리, 계란 프라이 한 접시에 커피 한 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장기 체류를 계획하는 여행자에게 레지던스 숙소와 자취 생활은 큰 선물이다. 넛트를 포함한 간단한 점심과 음료수를 백팩에 넣고 매일 스키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저녁은 삼겹살이든 스테이크든 직접 해 먹을 생각이다.
스키 장비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현지에서 중고로 구입한다. 스키, 부츠, 폴을 한 세트로 미리 구입해 두면 렌트 비용과 번거로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즌이 끝나면 온라인 마켓이나 중고 매장에 다시 되팔거나, 처분이 어렵다면 기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내 발에 맞는 장비로 시즌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에픽패스는 나의 겨울 트래블에 자유를 준다. 한 곳에서 2주에서 한 달, 익숙해지면 또 다른 스키장으로 이동한다. 덴버를 출발해 콜로라도의 키스톤, 브레켄릿지, 비버크릭 등지를 돌고, 유타나 워싱턴, 그리고 캐나다의 위슬러 블랙콤까지도 다닐 예정이다. 2월 중순이 지나면 캘리포니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리프트권 걱정 없이, 숙소와 일정만 조율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슬로프에 설 수 있다.
겨울철 운전은 언제나 신중을 기한다. 차량에는 스노우타이어와 체인을 미리 준비해 두고, 날씨가 좋은 날에만 이동한다. 급한 일정은 만들지 않는다. 악천후가 예보되면 하루 이틀 더 머물며 숙소에서 독서를 하거나 간단한 운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스키도 여행도 모두 “안전”이 최우선이다.
3월이 되면 스키 시즌을 정리하고, 텍사스 빅벤드 국립공원에서부터 새로운 캠핑 여행을 시작한다. 북미의 21개 내셔널파크를 따라 6개월간의 캠핑 트립이 이어진다.
이렇게 은퇴 후 첫 번째 겨울의 슬로우 스키 여행이 끝난다. 슬로우 라이프와 트래블의 아름다움, 그리고 나만의 호흡으로 채우는 겨울. 에픽패스와 함께한 이 계절은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깊고, 가장 자유로웠던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