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스테로이드라는 단어를 꽤 자주 접한다. 운동선수가 도핑으로 적발됐다는 뉴스나, 피부염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연고 설명서에서, 혹은 감기에 걸렸을 때 받는 약물 중에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정작 스테로이드가 정확히 어떤 약인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막연히 몸에 안 좋은 약, 혹은 근육 만드는 위험한 약쯤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그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동시에 매우 중요한 약물이다.
의학에서 말하는 스테로이드는 몸속 호르몬을 모방하거나 조절하는 합성 물질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 중에서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염증과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이고, 다른 하나는 단백질 합성과 근육 증진에 관여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일반 병원 진료에서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계열이다. 천식,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빠질 수 없는 약이다. 약의 형태도 다양해서 알약, 주사제, 연고, 점안액, 흡입기 등으로 존재한다. 내가 감기 몸살이 심해 병원을 찾았을 때 맞는 주사에도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아이가 아토피로 바르는 연고에도 그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약이다. 그만큼 효과도 빠르고 강하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장기간 복용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부종이 생기고, 혈압과 혈당이 올라가기도 하며, 골다공증이나 위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스스로 복용을 중단할 경우 부신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 없이 끊는 것은 금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의료진은 스테로이드를 최소 용량으로, 가능한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환자에게도 반복적으로 주의사항을 설명한다.
하지만 많은 오해가 여전히 존재한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중독된다거나, 면역이 망가진다거나, 한 번 쓰면 피부가 얇아져서 더 이상 회복되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물론 장기 남용은 위험하다. 그러나 의료진의 지도 아래 적절한 용량과 기간을 지키면 오히려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약이기도 하다. 실제로 위급한 천식 발작이나, 급성 알레르기 반응, 루푸스나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는 스테로이드가 생명을 구하는 약물이다.
한편,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스테로이드 남용 사례는 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관련이 있다. 이는 근육량을 늘리고 체력을 향상시키는 테스토스테론 유사 약물로, 본래는 근위축증이나 특정 호르몬 결핍 환자에게 쓰이지만, 일부 운동선수나 일반인들이 외모 개선이나 운동 능력 향상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남용은 분명히 문제이며, 실제로 부작용과 중독,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로 인해 모든 스테로이드 약물이 위험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오해다.
결국, 스테로이드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무엇이든 그렇듯, 약물도 사용법을 알고, 올바르게 쓰면 약이 되고, 무지와 남용 아래 놓이면 독이 된다. 중요한 건 우리 각자가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과 태도를 갖는 일이다. 건강에 관한 선택은 두려움보다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스테로이드는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