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기약의 이해

by 라온재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막히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 우리는 으레 이렇게 말한다. 감기에 걸렸나 봐. 그리고 곧장 약국이나 병원을 찾는다. 약국에서는 감기약을 한 봉지 지어주고, 병원에서는 의사가 몇 가지 약을 처방해 준다. 우리는 종이봉투에 담긴 알록달록한 약들을 받아 들고, 별 의심 없이 삼킨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약들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진짜 감기를 치료해주는 걸까?


감기라는 질병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대부분 바이러스가 코, 목, 기도를 감염시키며 일어나는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다. 독감처럼 독하지도 않고, 항생제가 필요한 세균 감염도 아니다. 그래서 감기 자체는 며칠 쉬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증상은 참 불편하다. 콧물, 재채기, 인후통, 기침, 몸살, 미열, 두통까지... 마치 우리 몸이 하나하나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감기약을 찾는 이유는 이처럼 불편한 증상들을 빨리 완화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진실 하나. 감기약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지 않는다. 감기약은 말 그대로 감기에 따른 증상을 완화해 주는 대증요법 약물이다. 콧물이 나면 항히스타민제를, 기침이 나면 진해제나 거담제를, 열이 나면 해열제를 복용하게 된다. 각각의 약이 우리 몸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뿐,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약 먹고 나았다는 말은 사실 약을 먹는 동안 증상이 덜 괴로웠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으면 여러 가지 성분이 섞인 복합제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알약에 해열제, 항히스타민제, 진통제, 기침 억제제 등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약들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훨씬 편해진다. 그러나 동시에 부작용도 함께 따라온다. 졸림, 구강 건조, 변비, 위장장애 같은 증상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운전을 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하고,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성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 중 하나가 항생제다. 감기 증상이 심해지면 항생제라도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감기의 대부분은 바이러스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는 효과가 없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지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복용하면 장내 균형이 무너지고, 내성균이 생겨서 훗날 진짜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약이 듣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현명한 대처는 무엇일까? 정답은 지극히 단순하다. 휴식과 수분 섭취다.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켜 우리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즉, 감기약은 보조자이지 주인공이 아니다. 우리 몸은 스스로 감기를 이겨낼 능력을 갖고 있다. 약은 그 과정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해줄 뿐이다.


결국 우리가 감기약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이 약이 기적의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감기약은 몸이 회복될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지원군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지원군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병을 이기는 힘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감기라는 작지만 귀찮은 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몸을 돌보는 철학의 한 방식이다. 그러니 다음에 감기에 걸렸을 때는, 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천천히 쉬어보는 건 어떨까. 그게 진짜 치유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테로이드의 이해